오죽하면 이런 제목을 붙이랴.

대학 학과의 선생님 셋과 학생들 일곱이 마주 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데, 이런 풍경 볼 수 없었던 게 하루이틀 아니었다.

코로나19 대응이 1단계로 떨어졌다 해서 모처럼 학과의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무언가 머리를 맞대보기로 했다. 매년 하던 답사도 없어지고 한글날 행사 같은 것도 축소되고 개강이다, 폐강이다 하는 모임도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갈 뭔가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학과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다 만날 수는 없다. 현재 과대표, 전임 과대표, 동아리 대표들, 각 학년 대표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자. 꼭 대표가 아니어도 되고, 학과의 여러 단위를 표현해 줄 학생들이면 좋다. 만나 요즘 상황이 어떤지 뭐가 필요한 지 들어보기로 하자. 대략 이런 생각이었다. ‘정육식당’이라고 일종 실비식당에 둘러들 앉았다. 전임 과대표는 1학기 때 스페인에 어학연수를 가서 스페인 코로나를 직접 겪었다. 창작 동아리 ‘창문’의 일원으로 나온 학생은 대학원 진학을 계획 중인데 부전공으로 중문학을 한다. 올해 과대표는 코로나 덕분에 정상적인 학생 활동은 엄두도 못냈단다. 제주에서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학생을 ‘줌’ 아닌 식당에서 대면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지금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1학년 시절은 얼마나 빛나던가? 그런 시기를 갇혀 지낸다니 딱하디 딱할 따름이다. 언론정보학부 학생으로 국문학을 복수전공하는 학생, 국문과반 ‘출신’으로 서양사학과에 진입한 학생, 중학생 때까지 그림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심화전공 코스를 택할 정도로 국문학에 빠져 버렸다는 학생 등등.

얼굴들, 어깨들이 사랑스럽다. 귀해 보인다. 여느 때 같으면 캠퍼스에 ‘차고 넘치던’ 학생들 아니던가. 하건만, 이번 학기도 1학기 때처럼 캠퍼스는 썰렁, 국문과 건물 강의실 있는 층들은 고적하기만 하다. 대면이니, 비대면이니, 얼마나 낯선 한자어들이던가. 그 어색한 말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선생님과 학생은 마주 앉아야 하는 법인데, 요즘에는 ‘줌’으로 화면도 안 켜놓고 이야기를 듣는지 안 듣는지 모를 지경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아이디어를 듣자 하니, 그렇잖아도 불려 나온 게 아니라 다들 제발로, 반기면서 나온 학생들이라 한다. 그만큼 할 얘기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코로나 시절을 슬기롭게 넘길, 학생들의 자발적 학습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보자고 얘기들 한다. 과연 잘 될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뭔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당을 나오자 ‘샤로수’ 길이라 불리는 이 대학촌 골목은 아직도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기만 하다. 어서 빨리, 학생들 넘쳐나는 골목 거리가 보고 싶다. 내년 봄이면? 아니 가을이라도, 겨울이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절 만나보고 싶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