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춘 희

더 저질러야 할 과오가

내 안에 무수히 자라고 있다

감히 말하거니와 나는

울음과 남루와 공복이 적자(嫡子)요

부재와 열등과 눈물의 제자였다

너무 오래 상실을 살았고

풍문으로 세계의 운명에

개입해왔다. 세상에 대한 모든

혐오는 왜 그처럼 단단한가

밤이면 부쩍

이 오래된 혐오를 할퀴고 싶다

시인은 밤이면 왜 손톱을 깎는다고 할까. 손톱은 여성들의 의식 속에 자라나는 저항의 도구이면서 자의식의 상징이기 때문이리라. 손톱은 자칫 공격적이고 불온하거나 위험한 매체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톱을 깎는 것은 아닐까. 시인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억압과 강요에 대한 거부의 표현으로 손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의 여성성에 대한 인식과 함께 성찰의 시정신이 잘 표출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