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월성1호기 경제성 불합리하게 저평가” 지적하면서도
“조기 폐쇄 타당성 여부 판단하기엔 한계” 갈등의 소지 남겨
향후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논란 등 거세질 가능성

감사원이 20일 정부가 2018년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고 밝혀 이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오후 양남면 읍천리 방파제에서 바라본 월성 1호기의 모습.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근거가 된 경제성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혀 향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2면>

이번 감사가 탈(脫)원전 정책 전체에 대한 판단과는 거리가 있으나, 원전 조기 폐쇄를 강행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월성1호기와 같은 이유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의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20일 전날 최재형 감사원장과 5명이 심의·의결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18년 6월 11일 A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최종안)에서는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또 당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8년 4월 4일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가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을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미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하여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면서 “장관이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 밝혔다.

감사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B국장과 부하직원 C씨는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2019년 12월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

한수원은 폐쇄 과정에서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않고 폐쇄 결정을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조기폐쇄로 한수원 이사 본인이나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한수원에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는 판단되지 않아 업무상 배임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조기 폐쇄 결정 자체가 타당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이번 감사의 범위가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고려사항 중 경제성 분야 위주로 이뤄져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포함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이 같은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원자력업계에서는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먼저 흘러나오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2015년 건설이 확정돼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됐기 때문이다. 부지 조성이 이미 진행된 데다, 두산중공업이 원자로 설비와 터빈발전기 등 주기기 제작에 4천927억원을 투입한 상태다. 한수원 이사회는 정부의 백지화 결정에도 천문학적인 손해를 우려,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취소하지 않고 ‘보류’ 시켜 놓은 상태다. 신한울 3·4호기의 운명은 내년 2월 전에 결정된다. 한수원이 산업부로부터 인가받은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기간은 내년 2월로, 이 기간 내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신한울 3·4호기는 저절로 취소된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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