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레프 톨스토이 지음·바다출판사 펴냄
인문·1만5천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 우리는 그를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을 남긴, 19세기 말, 20세기 초가 낳은 위대한 작가로만 인식한다. 실제로 그가 발표한 작품들은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여전히 사랑받으며 걸작이자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톺아보면, 그는 세상의 변혁을 꿈꾼 ‘혁명가’이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응시한 ‘사회사상가’이기도 했다. 또한 귀족이자 대지주로서 자신이 가진 사회 경제적 기반과 자신이 실천하고자 하는 소박한 삶 사이에서 오는 모순적 상황에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온 인물이기도 했다. 톨스토이가 남긴 다양한 주제의 산문들은 그의 이러한 고민과 성찰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인생과 철학은 물론 교육과 종교, 예술과 문화, 사회개혁 등 다양한 주제의 산문을 남겼는데 그 철학과 사상을 몸소 실천하고자 몸부림친 ‘실천가’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바다출판사)는 평생 무신론자로 살다 나이 오십이 넘어 기독교를 믿게 된 레프 톨스토이가 종교 관련 저술 작업을 하게 된 사상적 뿌리이자 후기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열쇠가 되는 산문이다. 톨스토이는 수년에 걸쳐 옛 히브리어로 된 성경과 유대교 율법, 각 언어로 번역된 성경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연구해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반전과 평화, 비폭력과 희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단순 명료하고 의심할 바 없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평안과 행복을 얻게 됐는지 스스로 변화된 삶을 고백한다. 톨스토이는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를 집필하면서 자기 신앙이 어떤 신앙인지 스스로 정리해 보는 계기를 가졌고 이책으로써 일반 신앙인들에게 그리스도 가르침의 실천을 강조하고자 했다.

톨스토이는 신약성경 복음서의 산상수훈 부분에서 자신의 기독론을 확립했다. 기독론은 톨스토이의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톨스토이의 모든 작품에서 나타나는 주제인 ‘악을 선으로 갚아라’는 주장의 출처인 것이다. 그밖에도 이 부분에서 톨스토이는 그리스도의 5계명을 재해석해 진정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내놓았다.

책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빛을 가리는 ‘교회의 가르침’도 폭로한다. 그는 믿음 중심의 교의에 도전해 실천 중심 교의로 회귀할 것을 제안했고 전혀 그리스도적이지 못한 교회의 여러 기만, 이를테면 교회의 의례적 측면들을 비판한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책 마지막 장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

“나는 믿는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로 이에 나의 신앙이 있다. 나는 믿는다.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할 때, 오직 그때에만 이 땅에서의 나의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이 가르침이 온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나를 필연적 사망에서 구원할 것을, 그리고 여기서 최고의 복을 줄 것을, 그래서 난 이를 실천하지 아니할 수 없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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