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예정됐던 백신 무료접종 늦어져 초중고 학부모들 불안
코로나와 트윈데믹 우려 상황에
백신 상온 노출 사태로 2주 연기
“고3 유료접종받고 환불” 요구도
당국 “효과 측면서 이달 말 적기”

“매년 해오던 독감 예방접종인데 왜 하필 올해만 이러는 겁니까?”

지난달 22일 본격 시행될 예정이었던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하루 앞두고 방역 당국이 돌연 2주간 접종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무료 접종 대상자인 13∼18세 청소년을 둔 지역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이 들끓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 유행이 겹치는 ‘트윈데믹’(Twindemic·비슷한 두 가지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백신 접종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 관리에 극도로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 속에 무료 접종은 2주간 중단되고, 최근 포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1일 독감 백신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무료 접종 사업을 2주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백신은 9월 22일부터 13∼18세 청소년 234만명 등을 대상으로 접종할 예정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독감 백신이 상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성분이 파괴돼 접종 효과가 없는 ‘물백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접종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지만, 아직 인체 위해성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질병관리청과 식약처는 이날부터 2주간 백신 품질에 이상이 있는지 표본 검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포항시 남·북구보건소는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13∼18세 청소년 대상 독감 무료 예방접종에 참여한 지역 의료기관 117개소(남구 52개소·북구 65개소)를 대상으로 접종 중단 조치를 내렸다. 5일 북구보건소에 따르면 포항에서 상온 노출된 백신을 접종한 사례나 피해신고는 아직까지 없다.

무료 접종 일시중단으로 인해 예방접종 시기가 늦춰지면서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대혼란 사태를 우려한다. 특히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오는 12월 수능 전에 예방 접종이 가능한지, 백신 효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3 딸을 키우는 학부모 A씨(포항시 남구)는 “올해 수능시험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데다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19와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 하루라도 빨리 예방접종을 받으려 했지만 시기가 늦춰져 너무 불안하다”며 “수험생들은 우선 유료접종을 받고서 나중에라도 환급을 해주는 등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올가을과 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에 대비해 작년보다 접종 대상과 기간을 늘린 데 비해 백신 시스템 관리는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언제 무료 예방접종이 재개될지 알 수 없는 데다 상온에 노출된 백신이 대량 폐기될 경우를 대비해 당장 접종이 가능한 유료 백신을 맞으려고 병원을 찾는 대상자들도 많다. 포항시 북구보건소 예방접종실 관계자는 “무료 접종 대상자는 접종이 재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며 “백신 효과는 평균 3∼6개월 정도 지속되는데 백신을 너무 일찍 맞으면 독감 유행 시기인 연말과 내년 초에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오히려 10월말에 맞으면 접종 후 최소 2주 후에 항체가 생성되므로 11월 이후 독감 유행 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증상의 특징으로는 38∼41℃에 이르는 고열과 심한 근육통이 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발열은 있지만 감기 증상인 콧물, 코막힘처럼 코와 관련된 증상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처럼 오한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주요 증상은 만성 기침과 함께 후각이나 미각 이상, 호흡 곤란 등이 있다.

한편, 보건 당국은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독감 백신에 대한 검사 결과를 6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주에 무료 독감예방접종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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