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코로나로 우울한 풍경
대구·포항 전통시장·영세상권
특수 기대커녕 폐점 걱정할 판
후원·기부·봉사 온정 끊긴데다
고향 찾기도 힘들어 시름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의 정겨운 인정도 앗아갔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을 찾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사회전반적으로 사람과 사람간 접촉을 자제하는 비대면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코로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인정이 그리운 소외된 이웃을 향하는 한가위 온정 나누기는 최악의 상황이다. 후원, 기부, 봉사는 아예 없어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추석 행사까지 모두 취소돼 명절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제수용품 장만 등 추석 특수로 크게 붐벼야 할 전통시장은 활기를 잃고 있다. 장보는 시민이 거의 없어 적막강산이다.

24일 오전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이곳은 평일에도 인파로 넘쳐났던 곳이지만, 상점을 지키고 있는 상인들만 눈에 띌 뿐 물건을 사는 손님은 거의 찾기 힘들다. 간간히 음식 노점을 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 뿐, 상가는 개점휴업의 썰렁한 모습이었다.

양말을 파는 한 50대 상인은 “한 해 장사 중 대명절인 추석과 설날이 최고 대목인데 지난해 반의반도 안팔리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올 한해 내내 이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정말 먹고 살 수가 없다. 특히나 정부가 올 추석 가족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홍보하고 있다보니, 추석 특수를 바라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로 파생된 경제불황은 전통시장에서 그치지 않고 영세 골목상권을 비롯해 관광업계, 숙박업소, 음식점 등 전체 상권으로 파급되고 있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포스코와 철강공단 기업체들도 직원들의 추석 이동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추석 이동 자제와 대면접촉 금지는 하나의 국민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다. 추석절 특수를 기대했던 영세상권은 사실상 영업중단 선고를 받은 셈이다. 일부 상인들이 추석 연휴가 끝나면 폐점 상가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포항중앙상가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서모(58)씨는 “그동안 장사가 거의 바닥수준이었지만 추석 특수를 바라며 버텼다”며 “추석이 코앞에 다가 왔지만 전혀 회복될 기미가 없어 암담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변화는 사회복지기관을 비롯한 저소득불우계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추석은 그 어느 해보다 쓸쓸한 것 같습니다. 후원의 손길은 많이 줄었고 시설을 방문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예 볼 수가 없습니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정도 앞둔 23일 포항시 북구 환호동에 위치한 선린애육원 소속 한 직원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기부와 봉사자가 급감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예년 같으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기업과 봉사단체, 개인들이 온정을 베풀고자 애육원을 찾아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의 발걸음이 ‘뚝’ 끊겨 버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건물 내에 외부인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불청객 코로나19는 명절의 따스함 마저 빼앗아 버렸다.

특히, 올해 추석의 경우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날 수도 없다. 혹시나 모르는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다. 같이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가족과 직접 만나는 것보다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손꼽히고 있다.

명절 때마다 들어오던 후원 물품도 올해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선린애육원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개인의 기부는 90%, 단체는 30%가량 줄어든 것 같다”며 “추석에 들어온 기부품들은 성탄절에 다른 기부품이 들어오기 전까지 사용하는데 그 이전에 생필품이 모두 떨어지고 부족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장애인주간 보호시설인 선린동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선린동산은 소규모 사회복지시설이고, 외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기부와 봉사가 극히 드물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개인과 단체로부터 단 한 건의 기부도 받지 못했다.

김은희 선린동산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가 되면서 센터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끊길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김재욱·이시라기자

    김재욱·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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