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때로는 산안개의 배웅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아기단풍의 성장기를 파노라마로 감상하기도 하는 등 가을 잔치를 펼치는 자연과 하나 되는 길! 보통 출·퇴근길을 상상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체증이다. 꽉 막힌 길,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길, 오로지 도착을 위한 맹목적인 길! 하지만 필자에게 출·퇴근길은 다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고속도로라는 것을 제외하면, 필자는 매일 자연과 함께 출·퇴근한다.

아무리 바쁘고 지친 날이라도 출퇴근길에서만큼은 필자는 자연의 변화에 여유를 찾는다. 그 변화가 곧 철이다. 철의 중요성을 아는 자연은 철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장마와 태풍 등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갑자기 커진 일교차에 자연의 경고를 잊었다.

필자 또한 차에서 내리는 순간 자연과 함께 한 시간을 잊어버린다. 그런데 이번 주는 다르다. 월요일 라디오에서 나온 사연을 필자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 사연이 바로 글머리에 적은 말이다. 코로나 19는 명절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나왔다.

“불효는 ‘옵’니다.” “올해 벌초하러 오면 내년에는 벌초 거리 된다.” “추석 연휴 가족, 이웃의 건강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합시다.”

코로나 19가 바꿔 놓은 가로 펼침막 내용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고향 방문을 환영하는 글이 추석의 분위기를 한껏 더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고향에 오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 이러다 명절도 온라인 명절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고향길이 막히면서 휴가길이 열렸다. “황금연휴 일주일간 30만 명 몰리는 제주도” 전국 유명 여행지는 이미 예약이 마감될 정도라고 한다.

이대로 가다간 온라인 명절이 아니라 명절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궤변이 넘치는 사회 특징 중 하나는 꼭 지켜야 할 것이 지켜지지 않거나, 없어져야 할 것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된다는 것이다.

궤변 사회의 궤변 교육 중 하나가 수행평가이다. 코로나19 전에 교육 당국은 수행평가 반영비율을 50% 이상 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수행평가는 이론에서나 존재하는 평가이지 현실에서는 실행 불가능한 평가이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사들의 평가 능력이다. 과연 교사들에게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평가할 능력이 있을까?

교육 당국은 과제형 수행평가는 안 된다고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수행평가는 과제형이다. 그런데 그 과제를 보면서 과제를 낸 교사는 수행평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과제형과 서술형 평가는 표준 답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교사가 제시한 표준 답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얼마 전 “학생평가 반영비율 조정”이라는 공문이 왔다. 내용은 수행평가 비율을 5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명절도 없어지는 이참에 교사 중심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평가인 수행평가도 없애면 어떨까! 아니 없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