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 감독 신작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맥락없는 웃음 코드 곳곳 장전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TCO㈜더콘텐츠온 제공
신정원 감독 신작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포복절도까진 아닐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맥락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코믹 스릴러다.

코미디와 호러를 결합한 ‘코믹 호러’ 장르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신정원 감독의 B급 감성 유머가 영화 전반에 걸쳐 툭툭 튀어나온다.

영화는 죽지 않는 외계 생명체 ‘언브레이커블’이 대낮에 지구에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 선율 속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슬로 모션으로 향한 곳에는 만길(김성오)이 모자이크 처리된 알몸으로 서 있다.

이 장면에서 웃음이 터졌다면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과 웃음 코드가 맞는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신정원 표 웃음 트랩이 곳곳에 깔려있다.

신혼생활을 즐기던 소희(이정현)는 남편인 만길이 자신을 죽이려는 언브레이커블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고등학교 동창인 세라(서영희), 양선(이미도)과 힘을 합쳐 반격에 나선다.

당초 소희는 언브레이커블의 약점을 꿰뚫고 있는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인 닥터 장(양동근)의 계획에 따라 고압 전류로 만길을 죽이려 했었다. 하지만 일이 꼬이면서 도리어 닥터 장이 감전된다.

만길도 죽여야 하고, 죽은 듯 보이는 닥터 장도 숨겨야 하는 벅찬 상황. 세 동창생은 만길을 죽이는데 필사적이지만,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 되살아난다. 닥터 장 역시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인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이 모든 사건은 다소 맥락 없이 펼쳐지는데, 이런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웃음이 먼저 터져 나온다.

출연 배우들도 “아무 생각 없이 오셔서 재미있게 웃고 가셨으면 좋겠다”(이정현), “가벼운 마음으로 원 없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이미도)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장항준 감독이 쓴 시나리오에 신정원 감독이 SF, 스릴러 등의 장르적 변화를 꾀하면서 뜬금없는 설정들도 눈에 띈다. 그런데도 흐름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출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덕분이다.

이미 죽었어도 큰 무리가 없는 닥터 장 역의 양동근은 정신을 차릴 때마다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요”란 대사를 웅얼거리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여기에 더해 황당하고 기묘한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바라보는 경찰관 역을 맡은 단역 배우들의 연기도 능청스럽기 그지없다.

등장인물 간 ‘케미스트리’(조화)도 좋다. 아담한 체구로 이 모든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소희와 센 언니로 카리스마를 내뿜는 세라, 사투리와 푼수기가 흘러넘치는 양 선의 성격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실제 동창생 같은 현실감을 더한다.

서로 죽이고 죽어야 하는 소희와 만길이 속내를 감추고 여느 신혼부부처럼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관객들의 마음을 졸이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달 29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