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코로나19가 우리들의 일상에 파고든 것은 지난 2월 말경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큰 파도 없이 곧 끝나리라고 생각했었는데 팬데믹 상황을 지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도 넘어 우리 국민 모두의 생활이 변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이 학교일 것이다. 1, 2학기 등교도 어려웠고 비대면 수업이라는 초유의 교육방식이 도입됐다.

일반인의 일상도 확 바뀌었다. 모임이 제한되고 가능한 집에 박혀있으라니,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는데….

아침이 시작되면 밖으로 나가 맡은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고 함께 움직이다가 집에 오면 가족을 보살피고 TV 보고 밤늦으면 슬슬 잠자리에 들어가서는 잠이 들곤 했었는데, 제한된 공간에서 거리두기 사회활동을 해야 하다 보니 모두에게 약간의 우울증도 생긴 것 같다.

그러니 여태껏 지켜왔던 일상의 생체 리듬 즉, 아침-낮-밤이라는 명확한 시간개념이 바뀐 사람도 있으리니, 내가 바로 그러한 상태에 와있는 듯하다. 퇴직 후 꼭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대로의 생활 패턴을 만들어 문화원에도 나가고 취미 활동이나 각종 모임에도 참여하여 짜여진 일상을 즐겨왔던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 휘말린 이후에는 이 모든 것이 점차 와해되더니 이제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낮에는 온종일 소파에서 빈둥대기가 일쑤라 낮잠도 자주 자게 된다. 그러니 자연히 밤이 되어도 그냥 책을 보거나 휴대폰 화면을 뒤지며 무료히 시간을 보낼 뿐이다. 자정이 가까워도 잠들 생각이 없고 누우면 바로 잠들었던 버릇이 불을 끄고 누워도 불면증에 걸린 듯 뒤척인다.

잠은 체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밤 11시경에 자고 아침 5~6시경에 일어나는 것이 좋다는데 그게 탈이 난 것이다. 일부러 물도 마시고 나대로의 방법으로 눈알도 굴려보고 머리 목 등도 손가락으로 눌러보며 잠들려고 애를 써도 어렵다. 자율신경이 탈이 난 듯 ‘야행성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에 대한 정의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좋은 완전한 상태를 의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정신적으로도 이상함을 느낄 테니 비록 감염되지 않았어도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야행성이 심해져 버린 요즈음의 나를 이겨서 스스로 건강을 찾기 위해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려고 아침 운동이나 저녁 산책 등을 시도해 보지만 코로나의 광풍이 자꾸 방해를 한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시차의 부적응으로 낮밤이 바뀌어 잠시 애를 먹는 일도 있지만, 확대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아침과 밤의 행동 조절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제 추분이 지나면 밤의 길이가 점점 더 길어질 텐데, 모두가 평소 생체 리듬을 잘 관리해 야행성 인간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