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부서지고 침수 때만 보상
창문 파손 등 규정조차도 없어
최근 연이은 태풍 피해 상황에
관련 특약 세분화 요구 빗발쳐
경북도“정부에 해당 내용 질의”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난에 대비해 정부가 만든 풍수해보험이 이달 초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피해에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경북도 내 3만4천여 가구 중 대부분이 제9·10호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보험약관 및 특약 수정 등을 통한 현실적인 보장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심모(포항시 북구 용흥동)씨는 최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여파로 아파트 창문이 깨지고 방충망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당했다. 앞서 지난 6월 포항시를 통해 풍수해보험II(단체가입) 계약을 맺은 심 씨는 당연히 보상이 이뤄질 줄 알고 기다렸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보험사의 연락을 받고 심씨의 자택을 방문한 손해사정사는 보상해줄 수 없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심씨는 “보상 기준을 충족하는데, 손해사정사가 와서 보더니 안된다고 하더라.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데, 왜 안된다고 하는지 정확한 설명도 없었다”면서 “난 그저 포항시에서 하라는 대로 보험에 가입한 것뿐인데 지금 와서 보니 보험금만 꼬박꼬박 날린 꼴이 됐다”고 분개했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됐다. 보험료 일부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해주는 형식을 빌려 국민의 재산권과 생명권을 보호하는 구조다. 태풍이나 강풍, 대설, 호우, 지진 등 자연재난으로 인한 주택 등의 피해를 보상해주기 때문에 선진국형 재난관리제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상특보 발령 수준의 재난’으로 피해를 당했을 때를 보상 기준으로 하는데, 지난 3일과 6일 두 차례 한반도를 덮친 태풍의 영향으로 한반도 동남권 지역에는 태풍·강풍특보가 발효되면서 풍수해보험의 재난 보상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심씨가 그럼에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이유는 피해 정도가‘미미(微微)’하기 때문이라는 것.

정부의 풍수해보험II는 주택이 전파나 반파, 소파, 침수 등의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소파 미만의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 창문이 깨지거나 방충망이 파손된 경우는 아예 해당 없다. 다시 말해, 자연재난에 의해 집이 무너지거나 절반 이상 파손된 정도의 피해가 발생해야만 풍수해보험II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23개 시·군 종합으로 풍수해보험에 가입한 가구 수는 총 3만4천621가구다. 이들 중 대다수가 지자체를 통한 풍수해보험II 단단체가입자들로, 태풍과 강풍으로 인한 유리창 파손 등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현실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보상 기준이나 피해 규모를 좀 더 세분화하고 구체화하거나, 관련 특약을 추가하는 등 한계점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지자체를 통해 보험 계약을 맺은 만큼, 이번 해결책 마련에 무엇보다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단체가입에 해당하는 풍수해보험II에 유리창 파손 특약을 넣어달라고 행안부에 직접 건의했다. 경북도에도 관련 내용을 공문으로 전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행안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해둔 상태다. 아직 행안부의 답변은 없지만, 계속해서 협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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