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만 수

오랫동안 근처에 머물며

근처를 많이도 베껴 썼다

어중간한 시간을 펼쳐놓고 가까이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그 부근에 얼쩡대고 있다

어머니 근처에는 다시 어머니가 있고

겨울 근처에는 시린 북벽(北壁)과

대학사 투명 유리 모서리가 있다

나도 누군가의 희미한 근처로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근처에 독한 에스프레소와 순정한 사랑이 있고

근처의 근처들 늘 거기 그렇게 편하다

때로는 단추로 잠겨져 있기도 하고

푸른 화살표가 가리키는 안쪽에 서 있기도 하는 것인데

수많은 근처들

연두 새 물 뒤집어쓰고

또 다른 근처로 남겨지고 있다

우리네 한 생은 누군가의, 무엇인가의 근처에 머무르는 삶이 아닐까. 중심에서 멀어져 있고 무언가 결핍의 상태로 근처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평생을 변방에서 주변인으로 살아온 필자의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칫 패배주의에 젖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가파르지 않고 편안하고 평평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족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