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br>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선생님은 시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학생이 교무실로 오더니 다짜고짜 물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흥미로웠다. 학교가 질문 사각지대가 되면서부터 필자 질문도 말라버렸기 때문에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즐겁다. 학생 말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거기에 나오는 내용 중에 시간은 금이다는 말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좋은 말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말이 때론 사람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학생들과 시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은 물리적 시간, 심리적 시간 등과 같은 시간의 종류에 대해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을 꼭 금처럼만 사용하라는 것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강요 같아요. 시간을 금처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다르게 사용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기에 필자는 학생들을 응원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기성세대와는 다른 학생들만의 시간 사용법이 있다는 것을 필자는 확신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필자는 정말 배우고 싶다. 학생들은 환한 웃음을 남기고 총총걸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학생들이 나가고 필자는 시간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딸아이 말이 생각났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인 아이는 중학교 입학 전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중학교 입학 후 학교생활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온라인 수업의 과제 이야기뿐이다.

“아빠, 우리 3주 동안 또 학교 안 간다. 이제는 학교 가는 게 이상해. 과제나 해야겠다.”

온라인 수업은 학교의 많은 질서를 무너뜨렸다. 물론 코로나19 예방이라는 국가 방역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그 방법은 분명 크게 잘 못 되었다. 오류의 시작은 교육부가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무리하게 온라인 수업 유형으로 제시하면서부터다. 이 두 유형은 결코 학교 수업이 아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교육 관료들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전국의 95%가 넘는 교사들이 쌍방향 수업을 포기했다.

그런데 그 포기가 학생과 수업 포기라는 것을 교육부는 알까! 학교와 교사가 포기하지 않아도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교육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어느 뉴스 제목이다.

“학습지 교사도 이렇겐 안 해, 학부모들 원격 수업이 아니라 방치”

지금의 원격 수업은 공교육 붕괴 주범이다. 말도 안 되는 원격 수업으로 학생들은 학교 수업 시간에 대한 감을 잊었다. 교사는 설명 대신 벌점으로 엄포를 놓기 바쁘다. 온라인 수업이 만든 교육 싱크홀에 이 나라 교육이 침몰 중이다. 교육이 완파되기 전에 교사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 플랫폼을 교육부 차원에서 꼭 만들기를 제안한다. 교육부(청)에 묻는다, 당신이 학생이면 지금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