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술 랑

낮에 방에 들어와

책 속에 가구 밑에 숨죽이다가

밤에 어지러이 날뛰던 바퀴여

밤에 방에 들어와

이불 위에 송장헤엄 치던 내가

너희들이 돌리던 그 세계가 낯설어

붙잡아 죽인 밤이여

낮과 밤의 공생(共生)

돌아가던 바퀴 멈추고

밤을 잡아 죽인 나는 뜬눈으로

온 밤을 밝힌다

방에 들어온 바퀴벌레를 죽인 느낌을 표현한 이 시는 미물이지만 생명을 죽인 것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자연 속에 생존하는 아무리 미미한 존재라도 그 나름의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생명 존중 의식을 읽을 수 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