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에 태풍까지 덮치면서
낙과는 물론 당도도 보장 안돼
비닐하우스는 찢기고 철골만
예상 못한 큰 피해 농민 ‘한숨’

3일 오후 포항시 북구 기계면 문성리 사과재배농가에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몰고 온 강풍이 덮치면서 큰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저기 부러진 사과나무 가지 아래에 떨어진 사과들과 무덤처럼 볼록한 곳 보이니껴. 오늘(3일) 아침에 수확한 사과보다 떨어진 사과를 묻은 수가 더 많니더. 참 농사지을 맛이 안 나니더.”

태풍 ‘마이삭’이 경북 지역을 휩쓸고 간 3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에서 만난 이동구(70) 씨의 사과밭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아직 익지 않은 후지 사과가 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나뭇가지도 군데군데 부러져 있었다.

이씨는 “아침에 나와 쓰러진 나무를 겨우 일으켜 세워 부러진 나뭇가지는 지지대로 받쳐놓았다”면서 “떨어진 사과는 밭 곳곳에 묻었는데 그 양이 오늘 딴 양만큼이나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이씨는 “50년 가까이 여기서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같이 긴 장마는 처음인데 태풍까지 덮치면서 낙과 피해는 물론이고 과실의 당도도 보장이 안 돼 그나마 수확한 사과도 제값 받기는 틀렸다”고 하소연했다.

올해는 유독 농사짓기 힘든 해였다. 올 봄에 이상저온으로 고생했는데 과실이 한창 영글어 가는 시기에 긴장마와 폭염으로 애를 먹었다. 마침내 수확을 앞뒀지만 태풍이 망쳐놓았다. 이미 낙과로 엄청난 피해가 났는데 또다시 태풍 북상 소식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이번 주말에 또다시 태풍이 온다고 하는 데 그나마 남은 사과도 다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얼마 남지 않는 과실마저 털어버리면 올해 농사는 폐농이다”며 “방풍망도 치고, 지지대도 설치했지만, 태풍은 인력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길안면 만음리에서 1만9천834㎡(6천 평) 규모의 사과 농사를 짓는 손인석(56) 씨는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태풍이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낙과 피해가 크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추석 물품을 아직 출하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말에 또다시 태풍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3일 오후 3시 현재 잠정집계 결과 경북 도내 낙과 피해는 1천194㏊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사과가 928㏊로 가장 많은 피해가 났다. 지역별로 포항 210㏊, 청송 200㏊, 안동 150㏊ 등이다.

배는 상주 93㏊, 영덕 54㏊ 등 165㏊, 자두는 청송 50㏊, 영양 4㏊ 등 55.3㏊, 복숭아는 안동 10㏊, 상주 7㏊ 등 23㏊의 피해가 났다.

벼 쓰러짐 및 침수 피해는 642㏊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상주 177㏊, 포항 110㏊, 안동 55㏊, 영천 53㏊, 고령 44㏊, 경주 37㏊, 군위 36㏊, 청송 30㏊, 영양 20㏊ 등이다. 과수와 밭의 침수 피해는 14㏊로 사과 5.4㏊(영양), 고추 2.9㏊(영양), 멜론 3.2㏊(경주) 등이다.

정밀조사가 이뤄지면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