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8·15 광복절을 빙자해서 반사회적인 ‘건국절’ 행사가 거행됐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부르는 일군의 무리가 광화문 광장에서 전광훈 목사를 선봉에 내세워 문재인 독재 운운하면서 나라 곳곳에서 모여들었다. 경찰 추산으로 2만, 주최 측 추산 4만이니까, 대략 3만을 참가자로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대개 60대 이상의 나이든 축들이 성조기와 태극기, 게다가 일장기에 욱일기까지 들고 ‘문재인 아웃’을 외쳤다. 참으로 해괴한 풍경이다.

광복절은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로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후 300만에 이르는 활동가들의 피어린 독립운동을 발판으로 35년 만에 얻어낸 기쁜 날이다. 가슴 벅찬 감동의 날에 일장기와 욱일기를 흔들어대며 현 정부를 독재라고 외쳐댄 저들은 대체 누구인가?! 일장기와 욱일기를 흔들어댄 것은 일제 강점기의 토착 왜구들조차 꿈꾸지 못한 짓 아닌가. 그런 치 떨리는 짓을 당당하게 해대는 저들의 혈관에는 어느 나라 국민의 피가 흐르고 있는가!

이른바 ‘광복절 집회’는 소위 보수 기독교 계열 종교인들과 전·현직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극우 유튜버가 합세해서 조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일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면면은 다음과 같다. 차명진, 홍문표, 민경욱, 김진태, 박찬종, 김경재 등 전·현직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전 자유한국당 당 대표 법무특보 강연재,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신혜식 극우 유투버 등등.

문제는 또 있다. 코로나19의 전국적이고 전방위적인 전파에 있다.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가 875명에 달하는 상황인데도 일부 신도의 도주와 검거, 검진 거부에서 나타난 반사회적인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래통합당은 8월 16일 대변인 명의의 구두 논평에서 “정부-여당은 광화문 인근에서 있었던 수많은 사람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한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국민이 가장 우려한 코로나19 확산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 방역에 동참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한쪽에서는 비상대책위원장이 뙤약볕 내리쬐는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다른 한편에서는 극우적인 행태를 두둔하는 모순을 보인 셈이다.

권력을 잡으려면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건전보수에서 극우까지 모두 포괄하는 보수정당은 지구상에 없다. 그것은 극좌에서 건전진보까지 전부 포괄하는 진보정당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권력을 얻으려면 무엇이 급선무고, 무엇이 해서는 안 될 것인지 앞뒤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양손에 떡 들고 두 개 다 먹으려다가는 모두 잃기 마련이다. 대상을 정확히 선별하여 제대로 대응하고 행동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전대미문의 난감한 상황에서도 권력만을 탐하는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행태는 국민의 비난을 받기 쉽다는 점, 그것을 간과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