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수도를 옮기는 것을 천도(遷都)라고 한다. 요즘은 천도보다 수도이전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천도는 과거 국가에서 일어난 수도이전이라는 뉘앙스가 있어서다.

역사적으로 보면 천도는 새롭게 나라를 세우거나 큰 사건이 있을 때 단행됐던 국가의 대역사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한양으로 수도를 옮긴 것이나 백제가 고구려의 침공으로 위례성에서 웅진으로 옮긴 것 등이다. 대한민국은 6·25 전쟁 때 북한으로부터 서울을 함락당하자 부산으로 임시수도를 옮겼다.

이처럼 수도이전은 전쟁이나 지진과 같은 큰 재난으로 수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혹은 국가의 더 큰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취하는 대형 조치다.

최근 여당이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처음 등장했으나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을 함으로써 사실상 폐기된 정책이다.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국민적 관심과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수도 이전이라는 대형이슈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수도권 과밀화를 명분으로 내놓은 정책이라 야당도 무턱대고 반대하기 힘든 이슈이다. 이 문제의 결말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수도권 과밀을 비판해 왔던 지방자치단체들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집권 여당이 이 정책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하는 문제다. 국가의 미래발전을 위해 수도권 과밀화를 풀겠다는 정책 의지를 국민에게 솔직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여 야당의 주장대로 국면전환용으로 끄집어냈다면 성공 확률은 고사하고 민심만 잃게 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