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목적과 목표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목적이 ‘방향’이라면 목표는 ‘방법’이다. 목적이 ‘왜?’, ‘어디로?’라면 목표는 ‘무엇을’, ‘어떻게’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목적은 책을 즐겨 읽는 평생 독자를 기르기 위함이다. 평생 독자 양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학부모나 교사는 책 읽어주기, 도서관 방문하기, 독서 행사 참여하기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실천한다. 목적은 가치 지향적이지만, 목표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이어야 한다.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시울림학교의 목적은 무엇일까? 2020 경북 주요업무계획(1-3-1 바른 성품을 기르는 인성교육)에는 시울림학교의 목적을 따뜻한 인성과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명시되어 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시를 즐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시낭송과 시 포트폴리오 제작, 시 콘서트 개최 등의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세웠다.

나는 시울림학교의 참된 목적은 ‘시호감(詩好感)’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시에 호감을 갖는 것, 시를 좋아 하는 것,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게임과 동영상의 시대에도, 올곧게 시를 가까이 하며 살아가는 것. 그리하여, “선생님 덕분에 시를 좋아하게 됐어요.”, “시울림학교 덕분에 시에 관심이 생겼어요.”, “좋아하는 시인이 생겼어요.”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시울림학교의 목적을 아주 훌륭하게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동료교사의 자녀는 탁구 신동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10살인데 웬만한 어른도 상대한다. 탁구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엄마가 탁구를 좋아해서이다. 엄마 따라 탁구장에 들락날락하다가 라켓을 잡게 됐고, 탁구에 호감이 생겼다고 한다. 탁구를 쳐보니 재미가 있어, 탁구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했고, 어느 순간, 탁구를 통해 결정적 경험을 하게 됐다. 결정적 경험이란 몰입과 성취의 카타르시스를 뜻한다. 그 후 아이는 탁구장에 살다시피 하며 엄청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어떤 대상에 호감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자주 접하는 게 중요하다. 시울림학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들과 시를 자주 만나게 하는 것이다. 매일 또는 매주 1교시 여는 수업을 교사의 시 낭송과 아이들의 시합창으로 시작하면 참 좋다. 학교 방송에서도 자주 시를 들려주고, 교장선생님의 훈화도 시 낭송으로 대체하면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선생님은 시를 좋아해!”라는 느낌을 아이들에게 주는 일이다. “우리 선생님은 시 낭송 할 때 참 행복해 보여!”같은 교사의 태도는 아이들에게 큰 감화를 준다.

안타깝지만, 현장에 시를 좋아하고 애호하는 선생님은 그리 많지 않다. 불행하게도 시를 토막 내 배운 탓이다. 교과서나 문제집에 나오는 시 말고는 다른 좋은 시를 만나본 적이 없는 탓이다. 시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 낭송이다. 낭독이 의미전달이 중심이라면 낭송은 감정 전달이 중요하다. 낭독이 이성적이라면 낭송은 주관적이다. 낭독을 반복하면 낭송이 된다. 낭송은 시의 재해석이고 나만의 리메이크이다. 낭송과 암송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낭송이 깊어지면 저절로 시의 맨살에 가닿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