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봉산문화회관 15일까지

박휘봉作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오는 15일까지 1층 야외광장, 1~3층 실내계단, 2~3층 1~3전시실에서 기획전시‘2020 Hello! Contemporary Art-폐허, 물과 나무의 정치학’을 열고 있다.

박휘봉·방준호·강대영·이기성·김호성 등 다섯 작가가 참여한다. 현재의 세계가 겪고 있는 상실과 단절, 해체의 재난들을 황량한 ‘폐허’의 상태로 설정하고, 동시대 현실에 근거하는 예술가의 실험적인 세계 재구성의 태도와 질문들을 시각화한다.

박휘봉 작가의 야외원림 ‘폐철근 수조’는 도시 생활에서 잊고 지냈던 자연의 설계를 기억하려는 물의 정치학을 담고 있다. 작가는 콘크리트 건축물 철거 잔해물인 폐철근을 흐르는 물속에 넣어 새로운 생명으로 재구성한다. 작가는 자연을 대체하는 인공 수조를 즐기며 위안 삼는 현대인의 모습에서 물의 본성을 확인하고, 자연에 반하는 인간 행위들에 대해 부드럽지만 설득력 있는 정치학적 발언을 담아낸다.

방준호 작가의 실내원림 ‘태운 나무’ 는 나무를 베어내고 불에 태워 검게 그을린 상태를 은은한 후각적 자극과 함께 제시한다. 작가는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며 엮어놓은 검은 나무를 보면서 기존 계단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라지고 없는 상태를 상상해보라고 제안한다.

강대영 작가의 실내원림 ‘물소리’는 전시실 바닥에 설치된 수백 개의 냄비와 냄비를 두드리는 시끄러운 소리에다 물소리가 들리는 상황을 재현했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700여개의 양은냄비 뚜껑이 들썩거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산업화, 근대화, 대량생산, 새마을운동 등의 구호와 함께 과거의 영광과 정치적 긴장감을 기억하게 하는 이 장치를 통해 정신적·심리적 ‘폐허’를 연상시킨다.

이기성 작가의 실내원림 ‘나무뿌리’는 뿌리에서 떨어진 흙과 잘려 나간 잔뿌리 등 나무 단면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전시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뽑히고 베어 버려진 나무뿌리 사이를 관객이 어슬렁거리는 경험은 뿌리를 잃고 갈등하며 방황하는 현대인의 심리적 상황과 연결된다.

김호성 작가의 실내원림 ‘상상의 싹’은 자신의 꿈과 상상을 조각 작업으로 연결했다. 작가는 산업용 폐공구, 기계 부품, 생활 속 잡동사니들을 조합하고 조립해 만든 인물과 동물, 비행기 등이 나무와 만나는 설계를 통해 재생과 꿈을 향한 인간 행위의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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