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위판장 폐수처리시설서 숨진 수협직원 관계기간 합동 감식
저수조 내부서 기준보다 10배 높은 200ppm 이상 황화수소 검출
보호장구도 없이 혼자서 설비 점검하다 참변 당해 인재 지적도

속보=포항 한 폐수처리시설 저수조에서 50대 수협직원이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본지 7월 31일자 5면 보도>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 등 관계기관이 본격적인 사고경위 조사에 나섰다.

지난 7월 29일 오전 11시 포항시 북구 죽도동 포항수협죽도위판장 지하에 위치한 폐수저장처리시설에서 경찰과 소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노동청 등의 소속 직원 20여명이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에 동행해 보니 사고 현장은 어두컴컴했으며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 특히 숨진 A씨가 발견된 저수조에는 시커먼 폐수가 담겨 있었고, 물 위에는 부패한 생선 찌꺼기와 거품 등이 둥둥 떠다녔다.

감식반이 저수조 내부의 유해가스를 측정한 결과 기준(10∼20PPM)보다 무려 10배 높은 200PPM 이상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악취를 내는 무색의 황화수소는 보통 생물의 사체가 부패할 때 만들어지는데 500PPM 이상이면 사람이 죽을 수 있고, 100PPM 정도면 구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반은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저수조 내부의 공기를 채집한 뒤 미리 준비한 밀폐 봉지에 가득 담았다. 시료에 대한 정밀 분석결과는 일주일 이내에 나올 예정이다.

조사 당국은 A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유해가스 흡입으로 인한 질식사로 무게를 두고 있다. 통상적으로 여름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에 의해 수산물의 부패 속도가 빨라지고, 그로 인해 발생한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의 밀집 농도는 더욱 짙어진다. 더구나 환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폐수처리시설의 경우 이 모든 요인이 악재로 겹치며 A씨의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숨진 A씨를 발견했을 당시 그는 공기 호흡용 마스크와 같은 보호 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설비 점검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을 할 경우에는 동행자 및 감시인을 배치해야 만일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즉 가장 기본적인 수칙만 지켰더라면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가 혼자 작업을 했기 때문에 작업기준과 안전장비 착용 여부의 적합성 등 작업표준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시설점검과 A씨의 사망원인이 밝혀지면 추후 시설책임자에 대한 조사도 펼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포항수협관계자는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서 아무런 답변도 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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