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서 악역 열연
“황정민이란 배우를 ‘압박할 수 있을까’가 내 과제”

이정재.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재.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가만히 있을 때도 잔인해 보이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인상만 찡그리고 있어도 섬뜩한 사람, 그게 레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이정재(48)가 강렬한 악역으로 돌아왔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를 통해서다.

레이는 자신의 형제를 죽인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 분)을 미친 듯이 추격하는 인물. ‘하드보일드 액션’을 표방하는 이 영화는 대부분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인남과 레이의 액션 장면이다.

목 전체를 뒤덮은 문신과 화려한 액세서리, 강렬한 의상은 레이의 무자비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동안 이정재가 악역을 맡았던 영화는 전부 성공했을 정도로 악역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지만, 레이는 또 다른 결의 인물이다.

3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이정재는 “나한테 왜 이렇게 악역 캐릭터가 들어오는지 모르겠다”라고 웃었다.

이어 “초기 목표는 인남을 압박해서 관객이 스릴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며 “황정민이라는 거대한 배우를 ‘어느 정도까지 압박할 수 있을까’가 내 과제였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보다는 레이를 이미지와 행동으로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레이가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신경을 썼다. 그는 형제의 장례식장에서 흰 코트를 펄럭거리며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관객들이 인물의 첫 등장에서부터 몰입이 돼야 하니까 첫 장면은 중요하죠. 원래는 장례식장이 아니라 클럽 장면이 레이의 첫 등장이었는데, 촬영이 3분의 1 정도 진행됐을 때 그 장면을 빼도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몇 장면이나 나온다고 그걸 빼냐고 펄쩍 뛰었는데, 결국 (클럽 장면 삭제가) 이야기의 스피드를 더 빠르게만들어주더라고요.” 그는 “장례식장에서 입는 옷도 고민했는데, 레이는 왠지 장례식장 복장에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영화 ‘다만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다만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재가 가장 집중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잔인한 레이의 모습”이었다.

“다이어트도 심하게 하고, 장례식장 장면 찍을 때는 그 전날부터 물도 안 마셨어요. 최대한 피곤한 상태로, 감정을 다 쓰고 온 모습이 필요했어요. 처음에 그 모습을 잘 보여드리면 레이가 두시간 동안 인남을 쫓아가는 것이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육체적으로 에너지를 쓰고 와야만 가능한 것이었거든요.”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레이의 외형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그가 손에 들고 다니는 아이스 커피는 사람을 죽이기 전에 보여주는 여유를 한껏 드러낸다.

“레이의 과거 이야기가 없어도 사냥감을 쫓는 맹수와도 같은 레이의 행동과 이미지가 그럴싸해 보이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스타일링뿐 아니라 액션 장면을 찍을 때도 어떤 무기를 주로 사용하고 그 무기를 활용하는 동작까지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썼죠. 커피의 경우는 무조건 얼음이 들어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얼음이 내는 ‘달그락’ 하는 소리도 연기의 하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사람 죽이러 온 사람이 자기가마시고 싶은 걸 마시고 있는 게 오히려 잔인해 보이잖아요.” 그는 “액션 연기에서는 주먹을 뻗는 각도, 발 스텝 위주로 신경 썼다”며 “이제 힘으로 밀어붙이진 못한다. 그럴 힘은 없다”고 웃었다.

이정재는 영화 첩보 액션 영화 ‘헌트’로 연출과 제작, 각색에 도전했다. 영화는내년에 촬영을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연출작에 대해 “지난 8∼9년 동안 시나리오도 쓰고 시나리오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쳤다. 그 중 하나가 이번 시나리오”라며 “촬영에 들어갈 정도까지 수정이 돼서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