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춘

나는 지금 빗소리를 듣고 있다 노자(老子), 그 상선약수(上善若水)듣고 있다. 지붕에

막 도착한 저 노자, 탁탁탁 맨발로 내 귀를 핥는다

내 귀에 입 맞춘다.

나는 비의 맨발에 마음을 집중한다

맨발에 탁탁탁 노자가 꽃핀다

꽃피는 삶이란? 물소리인가 빗소리인가

빗소리가 먼 길을 떠나고 있다

내 서투른 삶에 덧칠은 말자

덧칠은 독(毒)이다.

맨발이 꽃이다

탁탁탁 노자가 맨발로 내 귀를 핥는다

엉켰다 풀렸다 빗소리가 먼 길을 떠나고 있다

탁탁탁 소리 내며 비가 맨발로 지나고 있다고 표현하는 시인의 시적 인식도 표현도 새롭기 그지없다. 존재에 대해 감관을 열고 세밀하게 다가서면 자연과 사물은, 더 나아가 우주는 새로운 모습과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저장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빗소리 하나에도 예민하게 감응하는 시인의 예리한 시안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