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태양, 해바라기’

마틴 베일리 지음·아트북스 펴냄
예술·2만5천원

‘해바라기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 관한 책은 많다. 국내에 소개된 반 고흐 관련 서적만 검색해봐도 수십 종에 이르고 전문가 혹은 애호가가 아니라면 어떤 책이 필요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선택이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반 고흐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반 고흐의 태양, 해바라기’(아트북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놀라움’ 그 자체다. 그 누구도 이 책의 지은이처럼 반 고흐를 연구하고 특정 작품을 깊이 있게 파고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반 고흐 사후, 제1, 2차세계대전 등 험난한 역사 속에서 작품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팔려나가 현재 우리들 곁으로 오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 험난한 여정과 궤적을 반 고흐 전문가 마틴 베일리가 수년에 걸쳐 연구하고 새로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1980년대부터 반 고흐 연구를 시작해 집중적으로 글을 써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 다시금 반 고흐라는 예술가의 진면목을 조망하면서 특히 반 고흐의 명작 가운데 해바라기 정물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돋보이는 최고 품질의 작품 이미지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그 어떤 반 고흐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고화질의 도판은 예술가가 그림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와 기법을 보다 명확하게 살펴보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반 고흐作 ‘자화상’(반 고흐 미술관).  /21세기북스 이승원 사진가 제공
반 고흐作 ‘자화상’(반 고흐 미술관). /21세기북스 이승원 사진가 제공

책은 총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우며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을 탄생시킨 반 고흐 생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2부는 시대의 불운을 온몸으로 부딪치고 종국에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한 예술가가 남긴 작품이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떤 경로로 지금의 장소에 가게 됐는지 그 자취를 추적한다.

책은 다시 열다섯 개의 챕터로 나뉜다. 이는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 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꼽히는 노란 배경에 만개한 해바라기를 그린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의 송이 수와 같다. 해바라기 정물화 연작에 사용된 꽃병과 반 고흐가 귀를 훼손한 사건의 전말, 반 고흐에게 캔버스를 팔았다는 어느 노부인과의 만남, 그리고 1914년과 1939년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참혹한 전쟁 속에서 폐기 처분될 뻔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아 지금의 소장처에서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람객을 맞이하는 걸작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 등 반 고흐의 삶과 작품 속에 녹아든 이야기가 쏟아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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