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한
아버지, 우리들 위해
손바닥 나무껍질 되도록 괭이질했지만
나른한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어린 우리들은 풀숲 이슬 걷어내고
감꽃 주워 먹으며 허전함을 달랬고
봉제공장 돈 벌러 떠난 누나 생각하며
무명실 꿰어 목걸이도 만들었다
입 안 가득 남아있던 떨떠름한 그 맛
해마다 감꽃은 지고 또 지고
어느덧 아버지도 감꽃 닮은 별이 되었다
산책길 문득, 지는 감꽃 다시 본다
떨어진 꽃받침 안에는, 아
어느새 새끼손톱만한 어린 열매가
참새 새끼처럼 재잘재잘 자라고 있구나
꽃은 비록 지지만 어린 생명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추락하는 별이 된 것이다
그렇게 또 가을이면 감이 익고
봄 되면 대를 이어 열매를 키우려고
감꽃들 와르르 쏟아지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감꽃이 떨어지면 주워 먹기도 하고 무명실에 꿰어 목걸이도 만들었던 추억 속의 시간을 불러내는 시인을 본다. 산책길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며 봉제공장으로 돈 벌러 떠난 누나 생각, 자식들 키우느라 나무껍질 같은 손바닥으로 노동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리움에 젖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