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수치스러울 만큼 참담”
경영계 “수용하기 쉽지는 않아”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천720원으로 결정됐다. 우리나라가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1만원’공약을 내걸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창하던 문재인 정부가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남기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천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8천590원보다 130원(1.5%)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생계 위기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게 급선무라는 노동계와 기업의 경영난을 덜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경영계가 팽팽히 맞서 입장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16.4% 인상)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8천410원(2.1% 삭감)을 요구하며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1차 수정안을 제출받은 데 이어 ‘심의 촉진 구간’으로 8천620∼9천110원(인상률로는 0.3∼6.1%)을 제시하고 추가 수정안을 받았으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8천720원이라는 안을 내놨다.

최저임금이 8천72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달갑잖다는 반응을 내놨다.

최저임금 결정 후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대내외적인 평가와 비교하면 1.5% 인상은 수치스러울 만큼 참담한, 역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수치”라고 혹평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은 “기업 경영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저 수준이어도 경제계는 아쉽고 수용하기 쉽지 않다. 노동계도 만족하기 어려운 이런 결정이 내려지게 된 지금의 경제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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