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 일

풀 한 포기 없는 이 사막에서는, 함께 살아가야 할 미물들을 위해 뒷간을 따로 짓지 않고

그늘진 모랫골에 스스럼없이 용변을 보는데 지린내나 악취가 전혀 풍겨나지 않습니다

그 영양식 만찬을 먹기 위해 목마른 붉은 도마뱀과 전갈 한 쌍이 금방 찾아듭니다

이 불모의 사막에서는, 그 누구와도 미워하고 시기하고 싸워 등 돌려 살 일 없답니다

모름지기, 모두 뜨겁게 자신의 몸으로 나누며 사랑하고

지금 더불어 살아있음을 겸허히 감사드릴 뿐이랍니다

시인은 열사(熱沙)의 사막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넉넉한 마음, 혹은 서로 나누며 함께하는 아름다운 생존의 원리를 전해주고 있다. 사막 같은 극한 상황이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공동체의 안위와 공존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내하고 서로 사랑하고 함께해야 함을 넌지시 일러준 것이다. 극단적인 단절과 지독한 이기주의에 익숙한 우리 시대를 향한 경계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