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풍 ‘타파’ 때 유실된 후
중심부 기둥 보강 재설치했지만
100㎜ 비에 속절없이 망가져
시 “피해 조사해 복구 나설 것”

재개통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집중호우에 유실된 하회마을 섶다리의 모습.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재개통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집중호우에 유실된 하회마을 섶다리의 모습.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세계유산 안동 하회마을 낙동강의 섶다리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유실됐다.

14일 안동시 등에 따르면 하회마을 만송정 앞에서 옥연정사 앞 모래사장까지 연결된 섶다리가 전날 내린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다. 지난 5월 29일 재개통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하회마을관리사무소는 전날 오전 8시께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다리 유실을 우려해 다리 양쪽 입구에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본지가 이날 하회마을관리사무소에서 섶다리를 비추고 있는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통제를 시작한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옥연정사 앞 다리 입구가 먼저 물에 잠기기 시작하면서 6시간 뒤인 오후 2시께에는 다리 전체가 물에 잠겼다.

지역엔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약 100㎜의 비가 내렸다. 다행히 관리사무소의 발 빠른 통제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회마을 섶다리’는 지난해 5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안동방문 20주년을 기념하고 차남 엔드루 왕자 방문을 맞아 임시로 설치했다가 제17호 태풍 ‘타파’로 절반 넘게 유실됐다.

당시 수천만원을 들여 단 2주만 운영하겠다던 안동시의 계획을 두고 각종 논란<본지 2019년 5월 17일 1면 등 보도>이 제기된 가운데 영구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됐고, 이에 따라 시는 이 다리를 보존하고 관리할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후 섶다리는 하회마을 명물로 자리 잡으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섶다리가 들어선 5월 한 달 동안 하회마을 관광객을 9만5천782명을 불러들였고,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만5천여 명 증가하는 등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냈다.

이 같은 인기에 시는 올해 1억3천만원을 들여 하회마을 만송정 앞에서 옥연정사 방면으로 길이 114m, 폭 1.5m의 새로운 섶다리를 세웠다. 철재나 콘크리트 등 인공 자재 사용 없이 나무와 솔가지, 흙으로 이뤄져 있으며, 중심부 기둥을 보강해 더욱 튼튼하게 설치됐다. 지난해처럼 다리 기둥이 유실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오랜 기간 협의한 끝에 인허가 등을 마무리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다리 기둥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예산을 더 투입해 보강했다”면서 “수위가 낮아지면 피해 상황을 파악해 복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회마을 섶다리는 1970년 초까지만 해도 하회마을 주민들이 겨울철 강물이 적은 시기에 설치해 이웃 마을로 이동했던 전통 마을의 풍경 중 하나이다.

서애 류성룡의 손자인 졸재 류원지가 지은 ‘하회 16경’에도 ‘남포홍교(남쪽 나루의 무지개)’로 묘사돼 있다. 1828년에 그려진 ‘이의성 필 하외도’에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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