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재 형

가냘픈 초승달이 안쓰러운지

바로 옆에 개밥바라기별이 떠서

같이 어둠을 밝히는 겨울 저녁이

한결 따뜻하다

지중해를 떠도는 난민 소년과

이슬람 무장단체의 어린 병사들

황량한 아프리카 초원에서도

저 별을 볼 수 있을까

집집마다 사람들 돌아와 모여 앉아

따스한 저녁 불을 밝히는데

모두 푸른 별 지구에 주소를 두고

함께 살고 있을 뿐인데

시인은 가냘픈 초승달의 외로움을 함께 해주는 금성(개밥바라기)을 바라보며 굴곡진 생의 언덕을 넘는 인생들, 정처 없이 떠도는 난민들, 소외와 가난, 묶임과 단절에 아파하는 이웃들의 삶을 떠올리고 있다. 시인은 이웃들의 삶에 무관심하고 무심하게 패싱해 버리는, 초록색의 아름다운 혹성인 지구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에게 은근한 비판의 목소리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