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한국국학진흥원이 ‘오 나의 귀신님!’이란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7월호를 발행했다고 12일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공포 콘텐츠가 외국 귀신인 좀비를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이에 진흥원은 외부 영향을 받지 않은 우리나라 귀신의 원형을 살펴보고 그 잠재성을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웹진 담談 7월호에서 강선일 작가는 ‘죽어야 사는 여자’를 통해 조선 시대 귀신은 수동적인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로 살았던 여성들이 조선의 사회적 규범으로 인해 희생된 원귀로 많이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강상순 교수는 ‘조선시대 귀신 BEST 5’에서 이런저런 곳에 붙어 있다가 인간과 겨루는 귀매(鬼魅)라고 불리는 도깨비, 가부장제 폭압에서 생겨난 원귀(怨鬼), 역병을 일으키는 여귀, 조선시대에 있을 법하지 않지만, 부자간 폭력을 은유한 구렁이 귀신, 배고픈 귀신들까지 다섯 종류의 귀신을 소개한다.

권숯돌 작가의 ‘관아 귀신 소동’에서는 헌종11년 경북 예천 박득녕(朴得寧)의 일기 속 귀신 이야기를 만화로 보여준다. 관아의 알 수 없는 귀신 소리에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고, 곧 방술사의 소행이라고 밝혀졌다. 그러나 일기에는 가짜 귀신 소동을 벌인 이유가 언급되지 않은 채 ‘그를 잡아 큰 독 안에 가둔 뒤 연못에 던져버렸다’라는 결과만 서술돼 있다.

홍윤정 시나리오 작가는 ‘세상에 좋은 귀신은 없다’에서 영화 ‘엑소시스트’를 언급하며 서양의 귀신과 우리나라 귀신을 비교한다.

오희문의 ‘쇄미록(1601년)’에는 “손자의 홍역으로 오늘 명절임에도 신주에 다례를 올리지 못했다. 본래 집안에 홍역이나 역병이 있으면 귀신도 피해가기 때문에 제사를 올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김광계의 ‘매원일기(1607년)’에는 “다음 날 소경 귀실(貴實)이 와서 학질 귀신을 물리치려면 밤에 지팡이로 창문을 두드려서 귀신을 놀라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고 기록했다.

혼인하지 않은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조상들의 생각은 죽어서도 처녀, 총각을 면할 생각 밖에 없는 몽달귀신과 처녀귀신을 탄생시켰다고 하며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소개한다. 처녀귀신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발칙한 설정 및 자기 죽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면서 남은 가족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주제가 호응을 얻었다.

이번 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동희선 작가는 “우리 귀신은 항상 ‘왜 그랬냐 하면’이라는 설명으로 마음을 건드린다”며 “이번 호에서 우리 귀신에 대한 여러 면을 보면서 자극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 세상 속 콘텐츠 승부의 가능성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한편,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에는 조선시대 일기류 247권을 기반으로 5천48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돼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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