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포항, 문화행정실무자 좌담회- ‘문화행정 실무자가 말하는 포항의 문화&도시’

포항문화재단 팀장 8명이 최근 포항문화예술회관 2층 회의실에서 ‘문화행정 실무자가 말하는 포항의 문화&도시’주제 좌담회를 갖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포항문화재단 팀장 8명이 최근 포항문화예술회관 2층 회의실에서 ‘문화행정 실무자가 말하는 포항의 문화&도시’주제 좌담회를 갖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전국 최초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포항시가 지역의 문화적 삶 확산과 문화 향유 증진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도시를 말한다.

최근 포항문화예술회관 2층 회의실에서 포항시가 문화재단 설립과 최근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에 이르기까지 문화현장에서 뛰고 있는 (재)포항문화재단 행정실무자들이 좌담회를 가졌다.

현장성과 현실성에 바탕한 포항문화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포항 문화의 발전적 요소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문화행정 실무자가 말하는 포항의 문화&도시’를 주제로 한 이날 좌담회를 정리한다.

포항문화재단 설립 이후
문화기획인 학교 등 전문인력양성 추진
도시성장적 관점 문화 정책
창의적 그륩 발굴 등
시민 니즈 중심 사업 괄목할만한 성과

재정자립도 10% 불과
대관료 현실화·유료 공연 인식 개선 등
창의적 부분 활성화 위한 ‘재정자립’으로
예술 생태계 선순환 기반 마련 ‘과제’

-현장에서 느끼는 포항 문화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황상해(문화도시사업팀장)

=포항은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문화의 불모지’로 인식되어오다가 비로소 포항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화재단 설립 이전에는 포항시에서 예술단체에 보조금을 나눠주는 형식으로 일부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다였다. 그리고 포스코라는 대기업이 수준 높은 공연 등을 유치하여 시민들에게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으나 공짜 문화에 물들게 한 부분도 있었다. 단순히 예술단체 보조금지원과 축제 개최 등 행사중심의 시민문화 향유에 그치는 수준이었고 도시성장적 관점의 문화정책이 부재했으며 창의적 그룹의 발굴지점이 취약한 구조였다. 그러나 문화재단이 생기면서 유료공연 문화가 시도되었고 이제는 시민들도 돈을 주고 공연을 봐야 한다는 인식도 생기고 10만원 대 이상의 공연도 전 석 매진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2016년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민간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사람들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문화기획인 학교를 시작으로 문화전문인력양성과정을 만들고 협업그룹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고 지원했다. 단순히 보조금을 지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스스로 사업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그동안 포항에 ‘사람이 없다’라고 생각 했었는데 창의적인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언어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고 시민들의 니즈(needs)에 맞는 시민 스스로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재민(축제운영팀장)

=포항은 타 선진문화도시에 비해 문화전문인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력 만큼은 포항이 최고라고 자부한다.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인구도 많고 포스코를 통해서 또 다양한 무료 문화를 통해서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열려 있는 시민들이 많다.‘환대’라는 단어가 포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다른 지역에서의 토호 세력들이 가진 자기 밥그릇 챙기기가 포항은 그나마 덜하다고 생각한다. 시청과의 협업 관계에서도 설득과 서로간의 믿음으로 계속적으로 밀어주는 의리는 포항이 단연 최고다.

△김상아(정책기획팀장)

=포항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서 외부자의 시선으로 볼 때 포항은 묘한 느낌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도시에 산촌 농촌 어촌이 다 같이 있고 시설들도 세련되게 포장되진 않았지만 많은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고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 보인다. 특히 문화재단에서 국비사업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서 많이 놀랐다. 이전 근무지였던 부산에는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문화예술의 정책적 흐름을 잘 몰랐는데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다. 포항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송도거리 축제’였었는데 많은 활동성을 가지고 그 흐름을 잘 캐치해서 따라가고 있다. 전국 그 어떤 재단보다 활동력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화현장에서 느끼는 한계점은.

△김승만(경영지원팀장)

=공무원 신분으로 문화재단에 파견온지 만 1년이 됐다. 포항문화재단이 설립되고 축제든 사업이든 전문화되고 다양화된 것은 저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알고 있고 잘 만들어졌다고 얘기들 한다. 행정경영지원팀장으로서 행정적으로 재정 자립도가 가장 힘들었다. 수령금 기준으로 재정자립도가 작년 12.5%, 올해는 10%가 채 안된다. 자립도가 낮다 보니까 문화재단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게 중요한데 시에서 예산을 받는 구조이다보니 직원 능력에 비해서 창의적인 부분이 제약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직원들이 공무원보다 축제 등 사업의 기획력이나 실행력은 뛰어난데 이런 부분들을 잘 살리려면 자립도가 경쟁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포항문화재단이 2017년에 설립된 이래 3~4년이 되다보니 점점 관료화되어서 창의성이 점점 함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재단이 오래되다 보면 관료화 되기 싶다고 한다. 재정 자립도가 낮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포항은 국비 공모사업 등에 많이 신청해서 선정 확률도 높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자율성과 안정화를 위해서는 재정자립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할 듯하다.

△김종필(시설관리통합TF팀장)

=재정 자립도에 대해 덧붙이자면 포항 문화재단의 대관료가 현실화되지 못했다. 재단의 수익 창출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연장 커피숍을 그중 한 개라도 외부의 상업적 전문가가 운영하는 방식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신재민(축제운영팀장)

=포항의 문화는 아직은 공짜라는 인식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있다. 유료화에 대한 축제에서의 문제점은 스폰서를 받고 있지만 들어가는 재원이 너무 커서 티가 안난다. 시민들에게 돈을 받아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자 하면 장삿속이다, 이벤트업체다라는 욕을 먹는 것이 현실이다. 포항은 관 중심적인 문화생태계가 이루어져 있다보니 코로나19와 같은 변수가 닥치면 모든 문화행사가 멈추어 버려 주변의 이벤트 업체들이 못 버티고 있다. 재단에서 나서서 생태계의 선순환화를 만들어줘야 되는데 너무 무료에 익숙해져버린 탓에 쉽지가 않다.

△박창준(문예진흥팀장)

=포항에서의 무료 프로그램은 시민들의 문화 수준 상향화를 이루었지만 재단은 재단의 재정 자립도와 함께 예술가들의 재정 자립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공연 등은 별도로 예술체험 예술 교육 등만이라도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유료화 방향으로 가이드를 잡아가야 한다. 예술가들이 시나 재단에 종속되어 가서는 안 된다. 예술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간에서 하는 체험은 1만원 이상 이라도 하는데 재단에서 하는 체험은 단돈 1천원이라도 욕을 먹는 상황에서 캠페인 등을 통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지역 예술가들이 정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고 행사용 콘덴츠 제작이 아닌 진짜 창작을 할 수 있는 풍토조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황상해(문화도시사업팀장)

=재정자립도 얘기에서 출발해 여러 한계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 외 행정의 유연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갖고 할수록 실제 현장에서보다 행정에서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 가령 예술가들에게 지원에 따른 서류요구와 절차, 정산, 또 단체가 아닌 개인에게 지원되는 과정에서 창작자들에 대한 보다 유연성이 필요한 측면이 있으나 현재는 그게 쉽지가 않다. 또 문화에 대한 성과를 너무 정량적 측면에서 보여지고 수치화되는 것을 원한다. 시민력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탑다운방식에 젖어있다보니 시민들은 단순 향유자에 머물고 있다. 시민들이 문화의 주체가 되기까지는 지난한 학습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화도시라는 프레임 안에서 시민과 지속해서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조그만 것이라도 참여하여 느끼면서 자발적 동기화를 만들어 시민 스스로가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포항문화재단 전경. /포항문화재단 제공
포항문화재단 전경. /포항문화재단 제공

-포항의 가능성과 우리의 역할, 각 팀장들이 꿈꾸는 포항의 미래는.

△엄국천(생활문화교육팀장)

=기존의 동아리 중심에서 생활문화 중심으로 올해의 방향성을 잡고 있다. 포항에 200개의 동아리가 있는데 포항은 2014년 30개 동아리 지원이 아직도 30개에만 지원되고 있다. 올해엔 그 숙제를 풀어야 한다. 생활활동가들이 자원과 인적 자원을 발굴하고 29개 읍면동에 생활권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사업 생활문화 거점사업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심세진(문화공간운영팀장)

=포항에 예술대학이 설립이 되어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서울 등 대도시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 남아 포용되고 전문성을 살려 시민들에게 환원되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상아(정책기획팀장)

=순환형 문화공영 창업 사업과 관련해 포항의 여러 청년창업가들끼리 만나서 네트워킹을 하고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었는데 참여자들이 너무 좋아했다. 그만큼 청년들이 그런 자리에 대해서 갈증이 있었던 것이다. 포항이 지금은 재단이든 시민이든 문화적 환경이 거의 임계직전의 단계인 것 같다는 걸 느낀다. 물이 끓기 전의 이 타이밍을 잘 활용해서 포항의 문화가 더욱 더 도약하는 연결고리를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승만(경영지원팀장)

=예산편성에 있어 축제, 인건비. 시설관리비, 세금 등을 빼고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5억이 채 안되는데 문화도시라는 큰 그림을 설계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라든가 대형사업을 그만큼 효과적으로 성과 달성을 할 수 있도록 잘 해나가야 할 것 같다.

△황상해(문화도시사업팀장)

=포항의 가능성은 역동성이랄 수 있다. 재단과 시와 시민력이 잘 어우러져 기초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이라고 앞서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잘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포항 문화도시의 슬로건이 ‘삶의 전환 도시의 미래’인데 그동안의 포항과 딱 맞아떨어지는 슬로건이 아닌가 싶다. 포항은 산업도시의 기점으로 너무 경제적·외형적 성장만을 위해서 쫒아온 도시였다. 개인의 삶보다 도시의 성장 관점에서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민 스스로가 내 삶의 가치를 찾고 인식하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문화적 풍토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시민의 삶의 전환이 되고 그것이 포항의, 도시의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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