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승 기

낮게

더 낮게

풀보다도 낮게

흙보다도 낮게

흘 속 벌레보다도 낮게

벌레 속 물보다도 낮게

낮게

낮게

더 낮게

이 세상,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도

더 낮게

시인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더 낮추어야 진정한 안식과 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세상을 향해 가만히 던지고 있다. 텅 빈 존개가 되어 외롭고 쓸쓸함에 빠지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더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어야 함을 역설하며, 그럴 때에 진정한 휴식과 안식과 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시인의 생을 관조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