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예술의전당 10주년 기념 특별기획
러시아·북한 넘나들며 일생 보낸 고려인 예술가
향수 등 짙은 민족 정서 드러난 작품 138점 전시

변월룡作 ‘평양의 누각’. /경주문화재단 제공

(재)경주문화재단이 경주예술의전당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특별전 ‘경계를 넘다 : 변월룡’을 오는 8월 30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 열고 있다. 이 특별전은 이념과 국가를 넘나들며 러시아, 북한 등에서 활동한 디아스포라 변월룡(1916∼1990)의 일대기를 조명한다.

변월룡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 최고·최대의 미술대학인 레닌그라드(현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회화·조각·건축 예술대학에서 수학했고, 그곳에서 화가이자 교육자로 일생을 보낸 고려인이다. 그의 삶과 예술은 식민,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 제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를 관통한다.

그는 국경 밖 이주민의 출신과 고국을 향한 향수, 정체성의 혼란, 고국과의 단절의 경험으로 형성된 디아스포라 성향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또한 러시아 레핀대학과 북한 평양미술대학에서 훌륭한 교육자의 자질을 발휘해 예술의 본질과 예술가의 정도를 가르치고자 했다.

늘 고국에 대한 향수로 시름했던 그는 1950년대 소련 문하성의 지시에 따라 북한 평양미술대학의 고문 겸 학장으로 파견 명령을 받아 고국에 단기간 머물렀다. 그는 교수진 지도 및 재배치, 학제 개편, 미술교재 제작, 동양화과의 개설, ‘8·15 해방 8주년 기념전시회’제반사항 조력 등의 수많은 공로를 세웠다.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영구 귀화를 요구 받았지만 이를 거부해 숙청 당하면서 민족의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다시는 고국 땅을 밟을 수 없게 된다. 이는 극심한 상실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했던 사건이었음에도 변월룡은 굴하지 않고 이를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시켰다.

 

‘경계를 넘다 : 변월룡’전 포스터.           /경주문화재단 제공
‘경계를 넘다 : 변월룡’전 포스터. /경주문화재단 제공

파견 기간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러시아에서 보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변월룡의 작품에는 디아스포라 특징인 강한 고국 지향적 태도와 짙은 민족 정서가 드러난다. 특히 조선의 소나무를 가장 즐겨 그렸으며 고국을 소재로 한 작품을 다량 제작했다. 이와 더불어 고국의 정치적·역사적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국이 직면했던 역사적인 고통의 심연을 동판화와 유화 등으로 제작했다. 이와 더불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믿음으로 고국의 부재에 의한 심적 공허에 대한 치유를 얻었던 변월룡은 인물의 영혼이 담겨 있는 초상을 화폭에 담았다. 이번 전시는 변월룡의 작품을 일정한 시대 순서로 배열하고, 전반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성해 그의 작품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기획했다. 변월룡의 ‘어머니(1938)’를 포함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3점을 포함한 총 138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특히 학창시절 발자취부터 1년3개월 동안의 고국 방문, 사할린에서 포르투갈까지 유라시아를 거닐렀던 시기, 가장 많은 작품을 그렸던 삶의 황혼기까지 그의 74년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고 경주문화재단 측은 전했다.

한편, ‘경계를 넘다 : 변월룡’전은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 주관 ‘2020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공모에 선정된 29개 기관 중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아 국비로 진행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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