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무지와 악의와 편견의 칼에 야만의 역사 속에 딱하게 살아온 한 희생자 어른이 피투성이가 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실명이든 익명이든 진영 논리에 찌든 저질 폭력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흉악한 인격살인자들을 징치할 마땅한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지난달 7일 이 할머니가 대구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직후부터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험악한 비난과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치매다”, “노망이 났다”는 식의 노인 혐오부터 “대구 할매”, “참 대구스럽다” 등 지역 비하 발언까지 잇따르고 있다. “자기(이용수 할머니)는 국회의원도 못 하고 죽게 생겼는데, 새파랗게 어린 게 국회의원 한다니까 못 먹는 감에 독이라도 찔러넣고 싶었던 게지”, “구순 넘은 나이에 노욕이 발동했다”, “친일 할매”, “왜구의 후예” 등 옮기기조차 창피한 글들이 거듭 오르고 있다.

이보다 더 잔혹한 글도 있다. 1998년 8월 27일 한 매체가 보도한 ‘69세의 위안부 할머니가 전쟁터에서 만난 일본군 장교와 뒤늦게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는 기사의 주인공을 이용수 할머니로 단정하고, “일본인의 아내는 일본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십시오.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적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할머니 비난 글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이게 민주당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민심을 얻어온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라고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이기를 포기한 듯한 이런 지지자들을 최소한 부끄러워할 줄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혀 밑의 도끼’들을 마구 휘둘러 인격말살을 일삼는, 인성이 바닥난 인사들을 더이상 용서해서는 안 된다. 모조리 찾아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게 순리다. 이보다 더 시시한 일들도 색원해온 사법기관이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