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우리의 삶에서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은 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축복된 삶의 계기로 전환시킬 수도 있고, 유사한 재앙이 반복될 수도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일상화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치이다. 코로나의 확산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감염의 위험 때문에 일상적 대면접촉은 극도로 제한된 반면, 원격의료·원격교육·원격비즈니스가 급속히 활성화되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인간을 멀리하고 경계하게 된 것’은 비극이지만, 일상의 소통과 업무가 비대면·온라인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자기성찰의 시간과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온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면 삶의 질은 그만큼 향상될 수 있다. 코로나는 ‘빨리 빨리’를 재촉하면서 살아온 우리에게 ‘천천히 생각하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코로나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의 중요성’을 가르쳐주고 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은 본인은 물론 타인의 건강에 대한 배려행위이다. 이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시민정신이며, 민주주의체제에서 시민정신의 실종은 곧 공동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의료인들의 고귀한 희생과 봉사정신이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정치인·경제인·교육자 등 각 영역의 행위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다. 특히 코로나로 고통 받는 경제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공동체의 중요한 기반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연친화적인 삶의 중요성’ 역시 코로나의 가르침이다. 코로나의 공격으로 공장이 멈추고 사람과 자동차의 이동이 제한되었지만, 지구환경에는 오히려 축복이 되었다. 공기의 질이 나아지고 생태계도 조금씩 복원되고 있다.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는 코로나의 위험이 없다. 코로나의 공격은 도시의 밀집된 공간에서 숨 막히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가능하다면 ‘자연과 가까이 하라는 메시지’이다. 대자연의 꽃과 숲이 말하는 ‘정신이 건강한 삶’을 살라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 속의 정신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도시인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이처럼 코로나는 ‘우리 자신’과 ‘공동체’ 그리고 ‘자연’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치 있는 삶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코로나 사태로부터 올바른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멀지 않아 더욱 심각한 재앙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타성에 젖어 살아온 ‘구태의연한 삶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개척자적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