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기자가 만난 경북 사람
‘스토리가 있는 건물’ 만드는 참샘건설 최광식 대표

10대 때부터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소년이 있었다. 집을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인지 몰랐지만, 그 아이는 무작정 ‘집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꿈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며 키워간다면 꿈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귀 위에 연필을 꽂고 건물을 바삐 오르내리는 이들을 지켜보던 소년은 자라서 건축가가 됐다. 참샘건설 최광식(47) 대표 이야기다.
 

중학생 때부터 관심 가진 건축의 세계
토목 전공하며 밑바닥부터 실력 다져
스물셋에 부모님집 짓게된 귀한 경험
30년 가까운 건축가로서의 삶 밑거름

직원 10여 명으로 이뤄진 가족같은 회사
포항지진 발생땐 비용 부담해가며 점검
건물 만들어진 이후도 철저하게 관리해

“‘집 잘 짓고 사후 관리 잘해주는 회사로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길 바라”

건설 현장 청소 일부터 시작해 현재는 ‘작지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믿음직한 건설사’를 이끌고 있는 사람.

만드는 건축물 모두에 ‘좋은 스토리’를 담고 싶다는 그는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집 만들고, 관리하는 일에 30년 가까운 시간을 쏟아 부었다. 어려운 시기에도 뜻을 함께 해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참샘건설 직원들은 “우리가 만든 건물은 끝까지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일한다. 건축물에 ‘애프터서비스’ 개념을 과감하게 도입한 것이다.

자신을 성장하게 만들어준 포항을 위해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최광식 대표는 최근 부모님을 위한 두 번째 집을 완성했다.

“스물셋에 첫 번째 집을 만들 땐 모든 것이 내 중심이었지만, 이번에 지은 집은 아버지·어머니의 요구와 편의를 중심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며 환하게 웃는 최 대표. 이는 그가 늘 강조하는 ‘고객 중심주의’의 실천이기도 했다.

최 대표를 만나 살아온 과정과 건설회사 대표가 되기까지 겪은 일, 지향하는 건축의 방향과 참샘건설의 비전 등을 물었다. 아래 그의 답변을 요약한다.

 

 

모든 건축물엔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고 믿는다.

좋은 마음으로 집을 지으면서 이웃들과 다툼이 생긴다면 거기에 좋은 기운이 생길 수 없다.

우리 회사는 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주변과의 불화와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것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좋은 집은 ‘좋은 스토리’를 가진 집이 아니겠는가.

-포항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1973년 보경사 인근 송라면에서 출생했다. 초·중·고교도 포항에서 나왔다. 대학에선 토목을 전공했다. 아내와 쌍둥이 아들, 늦둥이 딸과 살고 있다. 아들 둘은 모두 미대에서 디자인을 공부 중이다.

-어릴 때부터 건축에 관심이 있었는지.

△무엇이건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다. 그림도 곧잘 그렸다. 하지만 시골이라 미술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앞으로 건축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가졌다. 막연하게 집을 만드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귀 위에 연필을 꽂은 채 안전모를 쓰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부러웠던 것 같다.

 

-건축 일을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대학 다닐 때도 아파트 공사 현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별다른 기술이 없으니 막노동부터 시작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건축을 밑바닥부터 배우기 위해서였다. 스물여섯에 토목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많은 사람과 접촉하며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내 꿈과는 멀어 보여 그만두고, 작더라도 내 업체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참샘건설을 시작한 시기는.

△토목회사를 퇴사했던 2000년대 초반 즈음이다. 그 이전에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부모님의 집을 지었다. 시골에서 억대의 건축비가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아들을 믿고 좋은 집을 만들어보라며 큰돈을 기꺼이 내주신 부모님이 내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집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최근에 내가 새롭게 만든 집으로 이사했다.

-참샘건설이 어떤 회사인지 소개한다면.

△현재 정직원이 10여 명이다. 이루고자 하는 뜻을 함께 공유하는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 회사가 꿈꾸는 건 설계부터 시작해 완공까지 하도급을 맡기지 않고 건축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다행히 구성원 모두가 이런 미래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른 건설회사에 비해 이직이 많지 않다는 것도 참샘건설의 자랑이라면 자랑이다.

-지방에서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영업과 수주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긍정의 힘으로 회사를 키워가려 애쓰고 있다. 특히 건물이 만들어진 이후의 사후 관리와 애프터서비스에 노력한다.

-건물을 애프터서비스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만든 집과 건축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몇 해 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땐 직원 모두가 2주 동안 우리가 만들었던 건물을 돌아다니며 안전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했다. 점검 비용도 모두 회사가 부담했다. 우리는 작업한 건물을 ‘작품’이라 부른다. 그 작품에 작은 하자라도 있으면 고객에게 실망을 주게 된다. 다행히 지진으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한 건물은 없었다. 그때 ‘참샘건설이 만들면 튼튼하다’는 인식이 생긴 듯하다. 지진이라는 재앙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참샘건설 직원들과 최광식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참샘건설 직원들과 최광식 대표가 자리를 함께 했다.

-건설회사임에도 해마다 책을 발간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 우리가 만든 건축물에 담긴 이야기를 담아 책을 출간하고 있다. 여타의 건설회사 팸플릿처럼 단순히 기술적인 면, 자재 소개 등이 아닌 작업한 집과 건물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해 책을 만든다. 건축주들에겐 선물이 될 수 있고, 회사가 커나가는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다. 유용한 영업 자료도 된다.

-그간 만든 건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7년쯤 건축에 대해 탁월한 철학과 감각을 가진 부부의 의뢰를 받아 포항 청하면에 만든 집이다. 분야별로 시공 팀이 3~4번이나 바뀔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고, 고생 또한 많았지만 ‘좋은 건축물이란 어떤 것인가’를 배우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건축주와 회사가 마음을 터놓고 소통한 결과 후세에 물려주고 싶은 집을 지을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건축주께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것인지.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믿고 일을 맡기는 고객의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참샘건설로 커가지 않겠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월급도 더 많이 주고, 복지도 개선해나가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집, 좋은 건축물은 뭔가.

△30년 가까이 일을 해오며 느낀 것인데 모든 건축물엔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고 믿는다. 좋은 마음으로 집을 지으면서 이웃들과 다툼이 생긴다면 거기에 좋은 기운이 생길 수 없다. 우리 회사는 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주변과의 불화와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것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좋은 집은 ‘좋은 스토리’를 가진 집이 아니겠는가.

-참샘건설이 어떤 회사로 기억됐으면 좋겠는지.

△집 잘 짓고, 사후 관리(애프터서비스) 잘해주는 회사다. ‘참샘건설에 맡기면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현재까지는 직원 모두가 회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는 나부터 주위를 살피면서 내실을 더해가고 싶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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