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면서 ‘U 선생’들 가운데 한일 관계를 말하는 채널이 부쩍 늘었다.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방송들이다. 나라 사랑 열정에 불을 붙이는 데 일본 비판만큼 쉬운 방법이 없다. 누구라도 쉽게 ‘구독’과 ‘좋아요’에 손이 가 닿을 테다.

덕분에 요즘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 이 U선생들이 마치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듯 한일 간의 코로나19 상황을 비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일본 사정을 접하다보니 아베라는 일본 아저씨를 자꾸 만나게 됐고, 이윽고는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버렸다.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고나 할까.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라는 자가 이웃 나라와 국민을 향해 대놓고 온갖 마타도어를 일삼다니 말이다.

일본 방역에는 한없이 게으르고 무능력할 뿐 아니라 온갖 은폐, 축소를 밥먹듯 하는 아베 아니던가. 그런 주제에 티비 앞에 나와서는, 긴급사태를 해제하더라도 일본은 한국처럼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자기 국민들을 점잖게 ‘훈계’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경솔한 저들과는 다르지 않냐고 말이다. 이태원 집단 감염 사태가 그렇게도 반가웠던 모양이다. ‘친절한 금자 씨’가 뭐라고 했던가. 아저씨, 너나 잘하세요. 그 넓은 안면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그 마스크나 좀 어떻게 해보시죠.

그 자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참 그렇게 약속도 안 지키는 족속인 모양인데, 그런 한국인들이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대지진 때는 재난 당한 일본인들을 위해 천억 원이나 성금을 보냈더란다. 정말 그랬었나? 그렇다면 이런 바보천치들이 있나. 사실을 말하면 그때 유튜브로 지진, 해일 장면들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일본인들 또한 다 귀한 생명을 받고 이 세상에 온 게 아니던가.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일본 가 있던 조선인들은 살육 당하고 살육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아, 어둡고 괴로워라, 그 캄캄한 어둠 나날.

이제 나도 아베와는 다른 도그마를 하나 넌지시 제출해 보련다. 한국인들은 약한 이들을 보면 돕지만 일본인들은 아예 짓밟으려 드는 족속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 좋은가? 진실이라고 생각되나?

사실, 우리는 아베의 마타도어를 논박할 수 있는 근거를 역사적으로 정말 얼마든지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인들은 아베 류의 식민주의적 거짓말을 논박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아베 씨, 우리는 당신들 얘기 따윈 아무 관심도 없소. 어디 그 비뚤어진 입으로 맘대로 떠들어 보시구랴. 그리고 말한다. ‘좋은’ 일본인들과 함께. 아베 씨, 한국을 때리면 일본은 저절로 방역이 됩니까? 그 시간에 뭔가 그럴 듯한 대책을 좀 마련해 보시지요.

아베, 침묵. 그의 마스크가 성능이 너무 좋은 모양이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