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귀 희

햇빛 찰랑거리는 날

너와 지붕 빈집이 길을 나선다

옥양목 저고리 곱게 차려입고

꽃 고무신 챙겨 신고

산수유에 눈 맞추며

매화꽃술에 입맞추며

오래 적막했던 빈집이

꽃 나들이 나선다

바람에 찰랑거리는 댕기 머리

어린 나를 손 잡고

젊은 엄마, 봄나들이 간다

춘분의 너와집에는 따스하고 고요한, 깨끗한 봄볕이 찰랑거린다. 유년의 곱고 반짝이는, 잊지 못할 시간을 품고 간직해온 너와집은 사랑과 정성으로 시인을 키워 온 어머니일 것이다. 이제는 낡고 헐어서 볼품없는 텅 빈 집 같이 쓸쓸하지만 오래 숙성되고 발효된 그 텅 빈 너와집에 생명의 새봄 산수유꽃도, 매화꽃술도 입맞추고 있다고 표현하는 시인의 가슴 가득 어머니라는 빈집이 꽉 차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