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읽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27일 개봉
치타 아닌 김은영으로 연기 도전
연인 남연우 연출작품 출연 관심
조민수·김은영 예측불허 모녀 기대

‘초미의 관심사’. /트리플픽쳐스 제공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과 그 일대. 우리가 흔히 ‘이태원’이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외국인, 외국 상품, 외국 문화의 집결지이자 온갖 젊은이들을 불러모으는 ‘핫 플레이스.’ 최근엔 이 지역의 클럽을 찾은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이름만으로도 상징적이지만 동시에 그 어떤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이태원에서 서로 너무 다르지만, 또 똑 닮은 모녀가 하루 동안 유쾌한 추격전을 펼친다.

래퍼 치타(본명 김은영)가 주연을 맡고 그의 연인인 배우 겸 감독 남연우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초미의 관심사’ 이야기다.

이태원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순덕(김은영)은 어느 날 아침 불청객의 방문을 받는다. 10년째 따로 사는 엄마(조민수)가 들이닥친 것.

순덕과 함께 살고 있던 고등학생 막내딸 유리가 엄마의 가겟세와 순덕의 비상금을 들고 도망간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단 하루 동안 손을 잡고 유리를 쫓는다. 극과 극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의 공동 작전이 순탄할 리 없고 유리의 행방은 점점 오리무중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마음속의 응어리들도 수면 위로 드러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두 여성의 버디 영화이자 로드무비이다. 게다가 두 여성은 애증으로 똘똘 뭉친 모녀 관계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영화 제목의 뜻은 결말에 가서야 밝혀진다.

 

그러나 이 영화가 ‘뻔한’ 모녀의 화해 이야기가 되지 않은 것은 이태원이라는 지역의 특성이 이 영화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거리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수미쌍관 형식의 영화는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최대한 담아낸다. 외국인의 모습을 했지만, 한국인인 사람들, 외국인 관광객, 성소수자, 트렌스젠더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까지. 엄마는 자신이 “이태원에서 태어나 자랐음”을 강조한다.

남연우 감독은 최근 언론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배경을 이태원으로 정한 데 대해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시선을 그리는 데 적합한 장소가 이태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영화는 가족 이야기의 외피를 입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반대로 사회를 통해 그 근본이 되는 가족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극과 극으로 보이는 엄마와 딸이 화해했듯 서로 너무 달라 보이는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조민수와 김은영의 모녀 호흡도 나쁘지 않다. 조민수는 철없고 오지랖 넓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엄마를 연기하면서 극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김은영은 무뚝뚝한 딸을 연기하면서 첫 연기 도전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는 조연들은 영화에 빠져서는 안 될 양념이다. 배우 정만식은 파출소장 춘배로 우정 출연했고 이태원의 골목길을 꿰고 있는 배달원 정복은 미국인 배우 테리스 브라운이 맡았다. 엄마의 옛 친구인 사랑 역은 트랜스젠더 배우 안아주, 모녀가 문신 시술소에서 만난 싱글맘은 타투이스트 안리나, 드래그퀸(여장하는 남성 성 소수자) 클럽의 슈슈는 드래그 아티스트 그룹 네온밀크의 멤버 나나 영롱 킴이 연기해 영화가 담아낸 이태원의 정체성이 캐스팅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콘텐츠는 꽤 그럴싸하지만, 그것을 담아낸 그릇이 정교하고 화려하지는 못한 편이다. 다소 매끄럽지 못한 연출이 눈에 띄며 관객의 폭소를 유발하려고 넣은 대사들의 웃음 타율이 높지는 않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당수 한국 영화가 개봉 연기를 선택한 가운데 오는 27일 예정대로 개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