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철

숭숭 하늘 향해 솟은 나무 그늘에 서 있었다

곧고 푸른 지조가 만들어낸 텅 빈 육체에서

플루트 소리가 났다

위로 뻗어가느라 아무것도 품지 못한 생애가

한 번은 꽃 피고 한 번은 꽃 지고 싶다고

우수수 잎을 날려보냈다

나이를 숨기느라 마디진 등뼈 타고

초록을 물들이며 노랗게 솟는 대쪽의 항진(亢進),

창공을 버티느라 굵어지지는 않고

다만 단단해진 울대가

무성한 잎을 떨어뜨렸다

위로 뻗기만 하는 삶을 받치려고

실타래처럼 엉킨 땅 아래 상념들 스산하게 흔들렸다

너 한 번 꽃 필 때마다 하늘 향한 가지 꺾이고

너 한 번 꽃 피려고 무너진 자리

우르르 몸 기댄 백로 제비꽃 와서 피었다

시인은 대숲 그늘에 서서 늘 푸르고 곧게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대나무를 바라보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나무를 곧고 푸른 지조가 만들어낸 텅 빈 육체라고 표현하는 시인은 자신의 삶도 대나무처럼 한결같이 곧고 푸르게 살아가겠다는 반성의 성찰과 함께 다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