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방사광가속기·신공항 등
지역 관련 공약 호남·부산서 남발
여야 지도부들 대·경 찾지도 않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TK 패싱’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호남과 부산을 찾아 지역과 관련 있는 SOC 공약을 남발하는 등 “민주당이 대구와 경북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일 부산 현장 유세에 나선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은 부산 서면역 유세에서 “대한민국 제2도시인 부산이 그 위상에 맞게 발전하는 게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절실하다”며 “그런 관점에서 신공항 문제를 포함해 부산이 안고 있는 여러 현안을 정부와 함께 민주당이 풀어 나가겠다”고 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과 부산이 첨예한 이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현안이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4·15 총선을 맞아 부산 지역에 ‘선물 보따리’를 풀겠다는 의도로, 대구와 경북의 표심을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광주를 찾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차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광주, 전남에 유치하겠다”고 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총 1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으로 전남 나주시를 비롯해 충북 청주시, 경북 포항시 등 5개 지자체가 유치를 위해 경합 중이다.

발언이 알려지자 방사광가속기 포항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통합당 김정재 후보는 “정부가 충청지역 ‘맞춤형 공모’로 논란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여당 대표가 노골적으로 호남 유치를 약속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우려가 현실이 됐다. 말만 ‘공모’일 뿐 국책사업을 정부여당의 매표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면서 “참으로 뻔뻔하고 몰염치한 정권이다. 정부는 즉각 모든 공모일정을 중단하고 공정한 심사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명의의 해명문을 통해, “충북도와의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4·15 총선 정국의 ‘TK 패싱’은 이 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미래통합당 등 여야 지도부는 대구와 경북을 찾지 않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만 선거 초반 대구를 찾았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지지 기반이 취약한 계층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별동대’ 구성에 나섰다. 민주당은 불출마 다선 중진들을 내세워 ‘라떼는!유세단’을 결성했으며, 통합당은 ‘청년 유세단’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대구와 경북에서는 볼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우세 또는 경합 우세 지역이 단 한군데도 없는 민주당이 ‘이미 대구와 경북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통합당은 ‘대구·경북 25석 싹쓸이 가능’이라는 판단에 지역 민심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박순원기자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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