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의 글은 미사여구로 치장한 동화가 아닙니다. 강아지 똥처럼 낮고 비천한 삶이지만 씨앗을 품고 온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닌 민들레 홀씨 같은 글입니다. 권정생은 글 안에서 완전한 자유를 경험합니다.

미국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나 랄프 왈도 에머슨이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에는 권정생, 이오덕 두 분 아름다운 선생이 있습니다.

2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예언은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2007년까지 70년을 글과 함께 살아온 권정생은 90편의 작품을 남깁니다. 그의 장례식에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명사가 몰려오자 동네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경북 안동의 작은 마을 일직면 조탑리 동네 사람은 가난한 종지기로만 알았던 권정생이 그렇게 유명한 동화작가인 것을 아무도 몰랐다고 하지요.

‘몽실언니’, ‘강아지 똥’, ‘사과나무 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무명저고리와 엄마’ 등 그의 작품은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동포들에 대한 사랑,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져 가는 똘배, 강아지 똥처럼 힘이 없고 약한 주인공을 한결같이 묘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죽이고 남을 살려냄으로서 자신이 결국 영원히 사는 삶을 선택하지요.

연간 1억이 넘게 들어오는 인세와 10억의 잔고가 남은 통장을 모두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는 유언과 함께 권정생은 고단한 생애를 마감합니다. 가능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위해서도 이 기금이 쓰임 받기를 원하면서요. 그의 이름 두 글자. 정생(正生) 조용히 발음해 봅니다. 바른 삶입니다. 올바르고 정의로우며 향기로운 삶입니다.

권정생 선생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니 소크라테스와 많이 닮았습니다. 오늘도 두 분은 먹구름 너머 눈부신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힘내라, 정의롭고 향기롭게 살아라 격려하지 않을까요?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