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김병래
시조시인

사람은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산다. 무얼 먹을 것인가, 무얼 입을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를 만날 것인가,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음식 메뉴를 고르는 것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배우자나 진로를 결정하는 일생일대의 선택도 있다. 인간의 모든 선택이 순수한 자유의지에 의한 것인지 어떤 결정론적 요소가 내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지만, 사람의 일생이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어질고 올바른 선택으로 덕업을 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탐욕과 어리석음에 눈이 멀어 자신을 망치고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선택을 하는 사람도 많다. 좋은 선택이란 좋은 성품과 인격과 지혜에서 나오는 것일진대 부단한 자기성찰과 공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들에게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 국민의 선택에 따라서 안정되고 부강한 나라가 되기도 하고 혼란과 패망의 길로 몰고 가는 정권이 들어서기도 한다. 어떤 인물이나 이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인 것이 정치적 선택이라는 걸 역사는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 20세기 초 히틀러의 나치를 선택한 독일국민들은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학살한 만행으로 인류에 막대한 해악을 끼쳤고, 스탈린의 공산주의를 선택한 러시아인들이 수천만을 숙청하면서 세운 소련은 결국 붕괴되고 말았다. 지금도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몰락과 패망의 길에 접어든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한 나라치고 잘 된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이 그렇고 최근 십여 년 사이에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베네수엘라가 그렇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밀고 간 차베스와 마두로 정부는 얼마 못가서 파탄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정책의 실패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대신 야당 탄압과 언론통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얻은 지지를 기반으로 헌법을 고쳐 장기집권을 하는 데만 열중했다. 더구나 미국과의 관계악화로 경제제재를 받게 되었으며 국가혼란으로 치안은 악화되고 정치, 사회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좌·우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정권을 쥐고 있는 좌파가 승리할 경우 사회주의 체제로의 이행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검찰마저 완전히 장악을 해서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반대파들을 제압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들 것이다. 반대로 우파가 승리를 하게 되면 좌파들의 전횡에 제동이 걸리게 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고수하는 실마리를 잡게 될 것이다. 지금의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이다. 이 불안하고 초조한 기로에서 국운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오로지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