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왕 노

줄 것 다 주어 버리고도

발에 걷어차이는 게 개 밥그릇이다

뺏길 것 다 뺏기고 노리개로

개가 잘근잘근 씹어 대는 것이

개 밥그릇이다

밤이 늦어 귀가하다 보니

세월에 걷어차여 개 밥그릇으로

어둑한 구석에 나뒹구는 아버지

평생 허기진 개 밥그릇 아버지

세상의 모든 아버지

유년 시절을 필자와 이웃해서 자라난 시인은 성품이 너그럽고 정직했으며 강직하며 의지가 굳은 소년이었다. 6·25때 피난 와서 우리 동네에 터 잡고 살아온 시인의 가족을 잘 알고 있는데, 시인의 아버님은 매우 생활력이 강한 분이었다. 시인은 가족을 위해 평생을 노동하며 살다가 이제는 나이 들고 병들어 쇠락한 아버지의 모습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땅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