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옳은 편 오른 편’

벤 샤피로 지음·기파랑 펴냄
인문· 3만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2020년 벽두의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한껏 작아지고 국경도 무의미해진 지구촌에서 ‘서구(the West)’란 더 이상 지리나 인종 상의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질병 앞에 인체는 평등하다고 해서 사람집단들이 공유하는 생각과 가치까지 동등할 수는 없다. 서구란 바로 ‘특정 종류의 생각과 가치의 총합’, 서구문명(the Western Civilization)이다. 왜 오늘날은 이처럼 살기 좋아졌는가 왜 이렇게 살기 좋은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가.

‘역사의 옳은 편 오른 편’(기파랑)은 미국의 젊은 보수 논객 벤 샤피로(36)의 서구 문명과 역사의 진전에 대해 논한 책이다.

저자가 보기에 역사의 옳은 편, 즉 오른편에 섰기 때문에 세상은 오늘처럼 살기 좋아졌고 옳은 편을 저버리는 집단 때문에 세상은 망가지고 있다.

그 옳은 편은 3천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서구 문명이고 옳은 편을 저버렸기에 멸망한 집단은 그 반대편에 선 세력으로 지난 세기의 경우 사회주의였다.

저자는 서구 문명을 떠받치는 양대 기둥은 예루살렘으로 대표되는 유대 기독교와 아테네로 상징되는 이성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고 개인과 공동체의 존속과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목적’과 ‘수단’은 이로부터 나온다는 것. 다만 “종교적 가치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우리는 신정국가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이성만을 신봉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유물론에 기반한 독재국가가 탄생할 것”이라면서 두 기둥 중 어느 한쪽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인간사회를 꾸려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지난 세기 문명의 반대편에 선 것은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으로 대표는 전체주의 세력이었다.

21세기 들어 몰락한 전체주의의 맥을 잇는 세력으로 저자는 사회주의의 옛꿈을 떨치지 못한 좌파와 인간을 한갓 짐승의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과학만능주의를 꼽는다. 우파의 탈을 쓴 극우 전체주의, 예컨대 인종주의나 이른바 ‘대안우파(alt-right)’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대한민국의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는 서구 문명의 근본 전제 자체를 거부하는 한 나라를 발견하게 된다. 세계관의 비교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처럼 극명한 대조를 드러내 주는 사례는 지구상 어디에 없을 것이다” 라고 썼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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