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창 룡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를 지내다 보면

갑작스레 나는 과일에 관심을 갖는다

왜 대추와 밤과 배와 감을 필수적으로

제사상 맨 앞자리에 놓는가

생각해 보니 이 제사상에서 과일만이 죽지 않았다

죽은 사람의 식탁에 산 생명이 앉아 있는 것이다

(….)

부모가 다 키운 자식을 세상에 내놓듯이

나는 죽은 아버지를 이미 오래전에 버리고는

살아 있는 과일들에게 넙죽 절을 했다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며 시인은 죽음보다는 삶에 절하는 역설을 펼쳐보이고 있다. 조문 차 상가에 가서 망자의 사진 앞에 선 사람들은 망자 앞에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오는 것은 아닐까. 제사는 죽음을 기리는 행위다. 시인은 죽음을 기리면서 삶을 확인하고 삶에 대해 깊이 천착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