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0.9%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우리 경제에도 붕괴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시중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뿐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발등의 불을 끄는 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종합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국제연합(UN)은 종전에 내놓은 2.5% 성장 예측치에서 최악의 경우 <2013>0.9%로 급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외교의 거두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보건 위기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정치·경제의 격변은 세대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자유세계의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의 15대 주력 수출품목(2019년 수출비중의 78.5%)의 올해 수출 규모가 무려 8% 가까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매출기준 30대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 현금흐름이 전년보다 30% 가까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4월 위기설’마저 나돌 정도로 심각하다.

대기업 중에서 어딘가 혹여 ‘흑자 부도’라도 난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대규모 실직이 불러올 참담한 수렁은 상상하기 싫은 비극적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하면서 한 “우리 대기업이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라는 발언에 대해 ‘안이하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우리의 경제 상황 내면은 다른 나라들과 현저히 다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무차별 강행, 탈원전 등 반기업·반시장 정책과 현금 퍼주기 복지 정책, 안보 불안과 한·미 동맹 약화를 초래한 외교·안보 정책 등이 겹쳐 강행되면서 국가 경쟁력과 면역력이 거의 소진됐다. 정직한 경제 인식을 바탕으로 총선용이 아닌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국민에게 나눌 지원금을 놓고 지지고 볶는 일에 정신을 다 팔아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불러올 재앙은 깊고도 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