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절기를 하루 앞둔 지난 2월 2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인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 관광객이 북적이고 있다. /경북매일 DB

세계적인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자유로운 이동, 외출의 제한, 대규모 행사의 취소나 연기 등 조치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는 가계, 기업 각자 나름대로 지금의 환경에서 자신의 활동을 지속하려는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얼마 전 로이터는 ‘코로나가 만연되면서 온라인화하는 세계의 일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상하이에서 자택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 초등학생, 미국 미시건주에서 온라인원격진료를 시작한 의사, 홍콩에서 실시간 채널로 미사를 주재하는 가톨릭 신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온라인으로 댄스 레슨을 시작한 안무가, 베네주엘라 카르카스에서 친구들과 오랫동안 지속했던 아유회를 자택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 피크닉으로 대체한 주부 등을 소개하였다. 활동이 제한된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세계는 온라인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진화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기업까지 등장하였다. 각 경제주체는 그저 곤란하다는 것에서 벗어나 각자 나름의 생존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모든 경제활동에서 이와 같은 디지털화나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아날로그에 맞추어 형성되었던 기존의 법적 제도적 기반이 그 속도를 실시간으로 뒤따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변화가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리면서 제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경북지역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만 할까. 그동안 경북지역의 문제 내지는 한계로 지적되었던 것은 저출산 고령화였다. 23개 시군 모두 농어촌지역에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기력이 쇠약한 고령의 어르신들만 남아있는 것이 문제라는 시각이었다. 심지어 구미, 포항 등 주력 산업도시의 부진으로 인구마저 감소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지역의 한계나 약점을 가진 상황에서 디지털시대로 변화하는 최근의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헤쳐나가면서 생존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과제는 만만치만은 않다. 하지만 경북의 문제로 지적된 부분들이 어쩌면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는 새로운 장점이자 지역 경쟁력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는 지역 나름대로 최근의 변화에 차근차근 적응해 나가기 위한 정책을 궁리하고 마음가짐도 다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용이나 노동력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물리적 노동력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어 근력이 쇠하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고령자는 그저 보살펴야 하는 존재로만 인식하여왔다.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당연한 진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로 불리는 지금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암묵지 등의 지적자산을 지닌 고급인재들이 단지 청년들과 같은 기력을 쓰지 못하고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다고 무시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는 앞으로 어르신들이 활약할 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순수하게 인간의 육체적 능력으로만 판단하던 시각에서 탈피하여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력을 갖춘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며 그 영역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인간의 체력적 신체적 여건만으로 고령자들의 고용을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드론, 로봇, 기타 디지털기기가 인간의 체력적 신체적 분야를 담당하고 어르신들은 이러한 기계나 디지털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의 전문지식을 청년들보다 더욱 유효하게 발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의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게다가 세상 사람들과 굳이 육체적 요구조건만으로 비교되며 소외되었던 장애판정을 받은 분들도 자신의 신체적 약점은 이러한 디지털 도구에 맡기고 자신만의 전문콘텐츠를 온라인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활용하는 경제활동도 확대될 수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각 경제활동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분야를 상상해보기로 하자. 대부분이 농어촌지역인 경북에서 특히 농림어업분야는 소중한 경제영역이지만 저출산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그동안 부진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뀔 수도 있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나 비바람이 부는 악천후라도 논밭의 상황을 굳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저 집안에서 농사용 로봇이나 드론을 띄워 화상으로 살펴본 다음 논에 물을 대려면 온라인 농업통제시스템을 통해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만 클릭하면 되는 디지털 농업을 실현하면 된다. 지금의 고령자는 과거 60세 이상의 어르신과 달리 386세대로 컴퓨터 온라인에 일찍 노출된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서비스 분야는 사이버대학원까지 등장하였을 정도로 비교적 빨리 디지털화가 진행되었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특정 재난, 재해로 인해 출석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농어촌의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시스템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초중고에서 원격강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교사들은 수업을 진행하되 특정 사유로 출석하지 못한 학생들은 본인인증을 거쳐 온라인으로 함께 수업을 받고 이메일로 숙제를 제출하거나 학교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같은 시간대에 시험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행정은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전자정부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부의 공공입찰, 행정복지센터의 주요 민원서류발급 등은 전자화된 지 오래되었다. 이제 좀 더 영역을 넓혀 주요 인허가분야도 필요서류를 전자파일로 접수하고 부족한 부분이나 상세한 질의 사항이 있다면 굳이 생업에 바쁜 민원인이 공무원을 대면하지 않아도 일이 진전될 수 있는 시대가 예상된다. 유통 등의 분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가게 주변의 주민들은 해당 소상공인의 가게 아이콘을 눌러 필요한 물건을 골라 주문하되 직접 몇 시에 가지러 갈 것인지 아니면 배달을 요청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될 것이다. 아무리 현관문을 나서 5분 정도만 걸으면 찾을 수 있는 가게라 하더라도 주민 자신은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지 않은 집 앞의 가게 대신 서울, 대구 등의 지역에서 운영하는 온라인쇼핑에서 주문하여 택배로 받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결국, 소상공인들도 디지털화에 동참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건설부동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건설공사장의 인력충원 담당자는 일일이 사람을 수배할 필요도 없이 그날 필요한 기능공, 인력요건 등을 온라인시스템에 게시하면 되고, 노무자들도 공사판을 찾아다니기거나 인력사무소에서 하염없이 대기할 필요도 없이 시스템에 신청한 후 나중에 핸드폰으로 알려주는 공사장소로 찾아가기면 하면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토목건설업자라면 비바람이 불건 덥거나 춥건 아랑곳하지 않고 설계대로 프로그램된 건설 로봇에 맡겨 공사 기일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와 함께 찾아왔다.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경북지역의 영원한 약점은 분명 아니다. 단지 나이 문제만으로 현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전문인력들은 지역에서 충분히 파악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둘 필요가 있다. 전문지식을 지닌 고령자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지역의 미래가 달려있다. 경북지역의 약점이었던 높은 고령화율이 다가오는 디지털 온라인시대에는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