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아픈 아이를 끝내 놓친 젊은 여자의 흐느낌이 들리는 나무다

처음 맺히는 열매는 거친 풀밭에 묶인 소의 둥근 눈알을 닮아 갔다

후일에는 기구하게 폭삭 익었다

윗집에 살던 어럼한 형도 이 나무를 참 좋아했다

숫기없는 나도 이 나무를 좋아했다

바라보면 참회가 많아지는 나무다

마을로 내려오면 사람들 살아가는 게 별반 이 나무와 다르지 않았다

개복숭아 나무는 먹음직스러운 크고 맛난 열매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나무다. 열매는 작고 볼품이 없으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나무다. 그런 나무에 윗집 어럼한 형이나 숫기없는 나까지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세상의 관심과 눈길에서 멀어져 있으면서도 늘 그 자리에서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소의 둥근 눈알 같은 열매를 매다는 정직하고 성실한 개복숭아 나무의 삶과 운명에 동병상련 같은 느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