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지만 총선은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다. 후보 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선거판은 아직도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300석의 의석을 앞에 놓고 여당과 야당은 과연 몇 석을 확보할 것인가. 여야 모두 130+α라고 승리를 장담하지만 예측은 사실상 어렵다. 현재의 여론 조사만으로도 총선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역대 총선의 여론조사는 결과와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총선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몇 개의 포인트를 살펴본다.

먼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중간 평가 등 코로나 외의 이슈 부각 여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 심판론’도 ‘야당 심판론’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당은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 ‘국민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부각하고 있다. 현재는 유권자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여야의 이러한 정책 자체가 대립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 비판보다는 코로나 수습이 총선 결과에 더욱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후보나 지지 정당을 선택하지 못한 무당층 표심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보수층과 진보층 지기기반은 여야로 선명히 양분화 되어 있다. 그러기에 아직 20∼30%인 중도층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1야당이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고 집권여당이 개혁보다는 안정과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선거 막판 중도층의 선택으로 전체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이 21대 총선 투표율 58%를 넘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오히려 낮아지면 여당에 유리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투표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선거 운동 과정의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 파동이 선거 판세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당시의 진박 감별사의 등장과 김무성 당대표의 잠적은 집권당의 총선 패배로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노인 폄훼 발언’은 대선 참패의 요인이 되었다. 지금과 같은 선거 구도에서의 지도부의 ‘말실수’등 돌발 변수는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황교안 대표의 최근 발언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로서 전체 선거 판세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여당이, 영남에서는 야당이 앞선다고 분석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라는 양극화된 구도는 뚜렷이 보이는데 중도나 제3당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선관위 등록 정당이 50여 개이며 비례 후보를 낸 정당이 35개에 이른다 한다. 준 연동제 비례대표의 선거법 취지와는 달리 이들의 입지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다간 이번 총선이 촛불과 태극기의 대립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갈등의 해소보다 갈등의 증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0일간 선거 과정을 잘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