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소 26만㎡ 부지 확보
‘지진 안정성’ 조건 내걸어
포항시 준비해온 10만㎡ 물거품
전문가 “포항 제3·4세대 인프라
전문 인력 갖춰 명백한 이점”

정부가 산업지원 및 선도적 기초원천연구 지원을 위해 추진 중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의 입지 선정 절차가 편향적이란 비판이다. 사업 부지 공모의 평가요소들이 수도권에 유리하도록 설정됐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첨단산업지원과 기초과학 육성의 랜드마크가 될 신규 방사광가속기를 세울 부지 공모를 지난달 27일자로 공고했다. 입지 선정을 위한 평가요소는 접근편의성과 지역균형발전, 부지규모, 배후시설 등으로 제시했다. 이번 공모에는 현재까지 경북-포항을 비롯해 강원-춘천, 전남-나주, 인천-송도, 충북-청주 등 5개 광역-기초자치단체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입지 평가 요소들이 국내 유일하게 제3·4세대 가속기를 보유하고 가속기 기술인프라를 갖춘 포항에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것.

경북과 포항은 포항가속기연구소 인근에 10만㎡ 규모의 차세대 가속기 건립 예정지를 확보하는 등 착실하게 준비를 해왔으나 이번 공고에서 최소 26만㎡의 부지 확보 조건을 제시했다.

더욱이 함께 발표한 세부 평가 항목에서도 지진 안전성 및 인근 활성단층과의 거리 등 지리적 여건을 포함한 입지 조건이 전체 점수의 절반인 50점을 차지하도록 되어 있어 포항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 이를 두고 총선을 앞둔 정부가 지역 안배를 내세워 노골적인 ‘경북-포항 패싱’의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1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포항에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연구과제 수요 증가로 빔타임을 배정받지 못하는 등 가속기의 신규 건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포항시와 경북도는 국내 산업체 지원 및 기존 운영 중인 가속기와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포스텍과 함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건립 동향을 인지하고 그동안 부지 물색과 지역의 유치 타당성을 검토해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포스텍 내 기존 3·4세대 가속기가 위치한 인근지역에 10만㎡ 규모의 차세대 가속기 건립 예정지를 선정하고 가속기 입지에 필요한 사전검토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내세운 ‘부지의 단절이 없는 최소 26만㎡(500m×520m, 개발유용면적기준) 이상 제공’이라는 기본요건은 포항시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관계자는 “기존 가속기연구소 시설과의 연계를 통해 10만㎡면 충분히 유치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정부 발표로 인해 방향을 틀어 포항시 남구 동해면 공당리 일원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2단계 지역에 유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신중히 생각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 지역안배라는 이슈와 기존 시설의 활용이라는 이슈가 서로 상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포항에 들어설 경우 시설 연계도 장점이지만 200여명의 기존 전문 인력을 활용 가능하다는 점 자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점이다”고 밝혔다.

김정재 국회의원 측 관계자는 “과학이라는 분야는 균형 발전이나 지역 안배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문제다”며 “모든 면에서 봤을 때 포항이 최적지라는 사실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과기부는 오는 8일까지 유치의향서를 접수한 뒤 사전 실무 현장 조사 등을 거쳐 29일에는 유치계획서를 접수한다. 이후 5월 6∼7일 발표 평가와 현장 확인 및 최종평가를 진행한 뒤 상호 협약 및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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