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창 환

새들이 눈보라처럼 까맣게 솟구쳐 올라

허공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밤바다는 느리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흐려져, 아주 캄캄해진 수평선 저쪽에

눈부셨던 흰 침묵들 스러진다

허무는 검다

검은 허무는 황홀하여

나비 눈썹 같은 지난 시간들

끌어안고 캄캄한 곳으로

가라앉는다

시인은 바다에 어둠이 몰려와 새들이 허공에 날아오르고 사위가 검은 어둠에 젖어들어 내려앉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검은 허무는 충일한 생명의 시간을 품고 있는 것인데 시인은 쉬 드러나지 않는 생의 비의(悲意)를 언급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